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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ESG 외치는 엔터업계, ‘처치곤란’ 음반 마케팅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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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확산되고 있다. 아티스트가 사회적 메시지를 내거나 친환경 활동을 촉구하는 것을 넘어, 기업 차원에서 실무협의체를 꾸리거나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등 경영활동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연간 수천만장의 불필요한 음반을 찍어내고 있어 쓰레기를 줄일 실질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엔터테인먼트업계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041510))는 지난달 말 이사회에서 ESG 실무협의체를 구성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ESG 실무협의체는 음악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부터 유통,아티스트 활동·홍보 등 사업 전반에 걸쳐 ESG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과제를 도출할 예정이다. ESG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연 2회 이상 관련 교육과 자문을 진행하고 올해 안에 ESG보고서도 발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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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이 삼성전자의 친환경 비전을 소개하는 세션에 참여해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자(LETS WORK TOGETHER FOR A BETTER FUTURE)’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삼성전자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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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P엔터테인먼트(JYP Ent.(035900))는 업계 최초로 한국형 RE100(K-RE100)을 이행했다. K-RE100은 기업의 사용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고자 하는 캠페인이다. JYP는 1년 동안의 전력 사용량에 해당하는 RE100 인증서를 구매해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서를 발급받았다. 각종 사회공헌 활동도 하고 있다.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업 ‘러브 어스(Love Earth)’를 통해 세계적 환경보호 단체 ‘1% 포 더 플래닛(1% for the Planet)’ 공식 멤버로 가입했고 국내에선 환아 치료비 지원 사업도 20년째 이어가고 있다.

하이브(352820)는 지난 3월 여성 사외이사로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를 신규 선임했다. 이 이사는 환경 분야의 대표적인 NGO(비정부 기구) 활동가로 기업과 환경 NGO 사이에서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해왔다. ESG 포럼을 주도하고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는 등 ‘ESG 전문가’로 평가 받는다. 하이브는 이 이사 선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EGS 전략을 세워나갈 방침이다.

그러나 이들 엔터사들은 불필요한 음반 구매를 유도하는 마케팅을 지속하고 있어 ESG 경영 활동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명 아이돌그룹은 음반을 한 번 발매할 때마다 100~200만장가량을 판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가온차트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 동안 그룹 세븐틴은 총 224만장에 달하는 음반을 팔았고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는 163만장을 팔았다. 이달 초 선집 앨범을 발매한 방탄소년단(BTS)는 하루 만에 200만장을 넘게 팔았다.

지난해 판매 상위 400개 국내 발매 음반 기준, 실물 앨범의 국내외 판매량은 총 5708만9160장으로 전년 대비 37% 늘었다. 이 가운데 하이브 음반 판매량만 1500만장이 넘었다. SM엔터테인먼트 음반도 1000만장 넘게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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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하이브 앞에 아티스트 앨범들이 버려져 있다. K-POP 팬들의 기후행동 플랫폼인 '케이팝 포 플래닛'은 8027장의 버려진 실물 앨범을 모아 각 엔터사들에 팬들의 메시지와 함께 전달했다. /케이팝포플래닛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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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앨범의 쓰임새다. 팬들은 앨범마다 무작위로 들어있는 포토카드를 다양하게 소장하고, 팬사인회 당첨률을 높이기 위해 수십장에서 많게는 수백장씩 앨범을 구매하기도 한다. 통상 앨범 한 장당 팬사인회 응모권 한 개가 부여되는데, 응모권을 여러 개 받기 위해 듣지 않는 CD를 사는 것이다. 이런 마케팅 덕분에 음반 매출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주요 수익원이 됐지만, 듣지 않는 CD와 플라스틱 포장재는 쓰레기로 전락했다.

CD는 폴리카보네이트라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다. 자연분해 되는 데 100만년이 걸리고 소각 과정에서는 다량의 유독가스가 나온다. CD를 포장하는 플라스틱 포장재, 특수코팅 종이, 포장 비닐 등도 재활용이 불가능하거나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YG엔터테인먼트(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 등은 FSC(국제산림관리협의회) 인증을 받은 친환경 종이와 콩기름 잉크, 생분해 플라스틱 등을 활용한 친환경 앨범을 선보이고 있다. IST엔터테인먼트는 포토카드만 실물로 받아볼 수 있는 플랫폼 앨범을 발매해 플라스틱 발생을 줄였다.

팬들은 ‘친환경 쓰레기’를 만들기보다는 근본적으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케이팝 팬들의 기후행동 플랫폼인 ‘케이팝 포 플래닛(지구를 위한 케이팝·Kpop4planet)’은 지난달 팬들로부터 버리는 앨범 8000여장을 모아 각 엔터사들에 친환경 정책을 촉구하는 메시지와 함께 전달했다.

이곳 관계자는 “유엔 플라스틱 협약이 마련되는 2024년까지 엔터사들이 친환경 앨범 선택지를 전면 도입할 것을 요구한다”며 “실물 앨범을 원하는 만큼만 수령할 수 있도록 하거나 아예 (실물이 없는) ‘디지털 앨범’이라는 선택지를 마련하는 것에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영 기자(eunyou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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