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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대통령 출국, 경찰국 발표날…경찰청장 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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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의 경찰 통제 움직임에 반대해 온 김창룡 경찰청장이 27일 사의를 표명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날 행안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 권고안을 받아들여 경찰업무 조직을 신설하고 경찰청장 지휘규칙 제정 논의에 착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직후다.

김 청장은 이날 낮 12시쯤 경찰청 기자실을 방문해 “현시점에서 제가 사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앞서 김 청장은 이날 오전 8시에 열린 경찰청 국·관회의에서도 주말 사이 이 장관과 100분가량 통화한 사실을 밝히며 ‘(경찰청 의견이) 수용이 안 된다’며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임기를 26일 남겨둔 김 청장은 이날 사의 표명 후 휴가를 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김 청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법과 절차에 따라 처리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대변인실 명의로 ‘사의를 받아들일지 여부는 관련 법령 등에 따라 추후 결정될 예정’이라는 짧은 입장을 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위해 스페인 마드리드로 출국했으며 다음 달 1일 귀국한다.

‘경찰국’ 신설 못박은 행안부 … 경찰 “독립성 훼손시킬 것”

중앙일보

김창룡 경찰청장이 이날 경찰청에서 사의를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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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청장의 사의 표명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반응을 묻자 “보고받은 윤 대통령이 기분이 좋을 리가 있겠나. 대통령 부재중에 치안 총수가 사표를 던진 건데”라고 전했다.

행정안전부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의 권고안을 반영해 행안부 내 ‘경찰업무조직’(가칭 경찰국)을 신설하는 안을 공식화한 것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권한이 커진 경찰 조직을 직접 지휘·감독하겠다는 의도에서다. 행안부 내 경찰 조직 신설은 옛 내무부(행안부 전신) 치안본부가 외청인 경찰청으로 독립한 지 31년 만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엄청나게 강화된 경찰의 권한을 보면 국민이 ‘공룡 경찰’에 대한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손 놓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건 행안부의 직무유기”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과 지난 5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 등으로 현재 경찰은 검찰이 갖고 있던 수사권 상당 부분을 넘겨받은 데다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도 폐지된 상태다. 정보 분야는 사실상 경찰이 독점하는 구조인 가운데 2024년엔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도 경찰로 이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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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업무조직 신설은 정부조직법 개정 없이도 가능하다는 게 행안부 설명이다. 그간 정부조직법상 행안부 장관의 사무에 ‘치안’이 빠져 법 개정 여부가 논란이 됐었는데, 같은 법 34조 5항에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고 돼 있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 장관은 인사제도에 대한 개선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특정(경찰대) 출신의 불합리한 고위직 독점구조를 혁파하기 위해 일반(순경) 출신의 고위직 승진 확대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찰의 임무 역량 강화를 위해 제시된 적정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 수사심사관 운영 개선 등은 경찰청과 기획재정부, 인사혁신처 등과 협의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행안부는 경찰 업무조직 신설안 등과 관련해 관계기관과 협의, 토론회 등을 거쳐 다음 달 15일까지 최종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를 놓고 경찰 안팎에선 “행안부 내 경찰업무조직의 신설이 경찰의 독립성을 훼손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장관은 이날 사의를 표명한 김창룡 경찰청장에 대해선 “법과 절차에 따라서 처리될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난 주말 경찰청장과 (90여 분간) 통화했다. 내용은 경찰제도 개선에 대한 우려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서로 의견 교환을 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김 청장 사의 표명에 대한 반응이 엇갈렸다. 권성동 국민이흼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청장의 정치 행위에 대해선 국민이 마땅히 판단해 주시리라 생각한다”며 “경찰 지원부서 신설을 훼방놓고 마치 민주투사라도 되는 양 자기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내 대변인도 잇따라 논평을 내고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항명이며, 나아가서는 대통령에 대한 항명이다. 사퇴 쇼에 불과하다”(박형수), “공직자로서의 최소한의 자격조차 의심되는 무책임의 극치”(양금희)라고 가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청장 편에서 반발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경찰의 중립성·독립성 확보와 민주적 통제방안 마련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경찰을 행안부 치하에 두고 직접 통제하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경찰 출신 황운하 의원도 같은 토론회에서 “김 청장이 물러나는 초유의 사태는 결연한 의지 표현”이라며 “국민이 역대 정권과 싸워서 얻어낸 경찰의 중립성을 우리가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욱·현일훈·위문희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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