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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가상화폐 암흑기… 파생상품 거래 ‘강제 청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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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시장에 암흑기가 찾아왔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폭락한 데 이어 가치를 달러 등에 연동화한 스테이블 코인도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코인 가치 폭락이 계속되면서 해외 거래소를 통해 코인 파생상품에 투자했던 국내 이용자들이 강제 청산을 당하는 경우 역시 늘어나고 있다.

27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국내 투자자들은 몇십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산됐다. 이러한 수치를 감안할 때 코인 가격이 안정되지 않으면 강제로 청산당하는 투자자의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는 것도 코인 청산 확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선비즈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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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시장에서 ‘청산(Liquidation) 됐다’는 의미는, 투자 계약에서 투자자가 예치한 증거금이 한계에 도달해 계약이 강제로 종료되는 경우를 뜻한다. 이는 선물거래 등에 주로 볼 수 있는 시스템으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코인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을 경우에도 발생한다.

만일 담보로 맡긴 코인 가치가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면 현재 담보를 맡고 있는 측은 일정 담보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강제 매도에 나선다. 이때 추가 물량을 넣지 못하면 해당 코인은 소멸된다. 일반적으로 청산 금액의 기준은 레버리지 배율에 의해 결정되는데, 배율이 높을수록 그 위험성 또한 커진다.

가령 1만달러어치의 가치를 지닌 코인 파생상품 A가 있다고 치자. 만일 투자자가 레버리지 배율을 2배로 잡게 되면 수익율과 손해율 역시 2배로 계산된다. 손해율이 2배로 잡혀 있기 때문에 만일 상품의 가치가 5000달러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1만달러 이상의 손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투자자가 보유한 가치 역시 0으로 떨어지게 되는데 이럴 경우 ‘코인 또는 상품이 청산됐다’고 표현한다. 레버리지 배율이 2배일 경우엔 투자한 당시 가격의 50%가 내려갈 경우 보유한 가치가 0으로 떨어지지만, 4배일 경우엔 25%만 줄어도 가치는 사라지는 식이다.

이날 오전 기준 비트코인은 2만1108.80달러에 거래 중이다. 지난해 12월, 5만달러와 비교했을 때 절반조차 되지 않는 가격이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은 1214.08달러에 거래되며 지난해 말(4878.26달러)과 비교했을 때 그 가치가 75% 정도 줄었다.

이와 같은 가상화폐 폭락으로 디파이(탈중앙 금융·DeFi) 생태계에 예치된 코인 규모도 줄고 있다. 코인 가격이 주저앉으며 그 관련 상품들도 함께 청산된 탓이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이번 달 10일부터 15일까지 약 3억달러 규모의 코인이 강제 청산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를 본 국내 투자자의 수는 정확하게 집계되진 않았지만, 세계 최대 규모의 코인 거래소 바이낸스의 국내 사용자 월간이용자수(MAU)가 16만~20만명(지난 3월 기준)을 기록한 점에 비춘다면 코인을 청산 당한 국내 이용자 수도 상당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의 가격이 안정화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청산될 코인이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선 빗썸 경제연구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이더리움의 경우 900달러 가격대로 내려가면 1억4000만달러의 물량이 추가 청산될 가능성이 남아있다”며 “비트코인의 가치가 1만5000달러 이하로 하락한다면 3억3400만달러의 매도 물량이 출회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 코인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도 하락 역시 코인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보통 코인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며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는 가치가 내려가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어 미국의 코인 담보 대출 전문 기업 셀시우스가 ‘파산 선언’을 준비하는 등 각종 변수도 남아 있는 상황이다.

김동환 블리츠랩스 이사는 “최근 이더리움 가격이 이전보다 안정적인 추세를 보여주고 있긴 하나 다시 밑으로 내려간다면 연쇄적으로 청산되는 코인들이 나타날 것”이라며 “금리 인상 기조 영향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내려가는 것도 코인 청산 물량 증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정수 기자(essenc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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