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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임금제에 노동시간 유연화까지…과로사 내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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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노동시장 개혁 추진' 논란에

직장갑질119 “장시간 노동 조장” 비판

"주52시간 현재도 주90시간…포괄임금 악용"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인 A씨는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11시30분에 퇴근한다. 토요일에도 일을해 일주일 근무시간을 따지면 90시간가량 일한다. 회사와 맺은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근무시간은 오전 9시 출근해 오후 6시 퇴근이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어 회사는 ‘포괄임금제’ 계약을 이유로 연봉에 야근수당이 포함돼 있다면서 야근식대 1만원과 퇴근시간이 오후 10시 넘으면 택시비 정도만 지급했다.

B씨는 다니는 게임회사에는 ‘크런치’ 관행이 있다. 중요한 결과물을 내놓아야 할 때 개발자들이 초고강도로 노동하는 것을 뜻한다. B씨는 개발이 끝날 때까지 주말과 휴일에 출근했지만, 회사는 별도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근로계약서에 포괄임금제라는 말이 없는데도 암묵적으로 이뤄졌다.

이데일리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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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직장갑질119는 포괄임금제가 악용되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간 제도 개편이 맞물려 노동자들을 과로사로 내몰 것이라고 밝혔다.

근로기준법에는 연장·휴일·야간근로는 통상임금의 1.5배를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의 예외 사항으로 노동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 초과 노동시간을 자세히 따지지 않고 하나의 급여로 일괄 지급한다. 그간 노동계는 포괄임금제가 매우 광범위하게 악용되고 있고 장시간 노동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폐지를 주장해왔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현재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노동시간을 ‘월 단위’로 바꿔 일주일에 초과 근무를 12시간 이상 할 수 있도록 제도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에 따르면 산술적으로 한 주에 최대 52시간이었던 근로시간이 92시간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단체는 설명했다.

직장갑질119는 “윤석열 정부의 ‘주 92시간제’는 이미 악질 사용자들이 현장에서 사용하는 수법”이라며 “법적으로는 주 52시간까지만 근무할 수 있지만, 하루 16시간씩 주 90시간 근무하게 되면서 포괄임금제 계약을 이유로 연장·야간·휴일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일자 정부는 ‘주 92시간 근무’는 매우 극단적인 경우로, 실제로는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노동부는 “월간 연장 근로시간의 총량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며 평균적으로 1주 12시간이 유지된다”며 “일시적으로 주 52시간을 일부 초과해 근무해야 할 때 다른 주의 연장근로를 당겨서 쓸 수 있도록 해서 노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도록 현장의 선택권을 확대하려는 취지”라고 밝혔다. 또 노동부는 연장 근로시간 총량 관리 단위를 바꾸려면 ‘노사 합의’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러나 직장갑질119는 노사가 대등한 관계에서 노동 시간을 논의할 수 없는 현실을 짚었다. 실제 직장갑질119에 제보된 사례를 보면 일주일에 이틀은 철야근무를 했다고 주장한 직장인 C씨는 “출퇴근 기록을 했지만 회사에서는 주 52시간제 위반을 은폐하기 위해 기록을 없앴다”고 토로했다. 입사할 때 포괄임금제에 대한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는 직장인 D씨는 “입사 4년 만에 ‘연장 노동을 왜 인정해주지 않느냐’고 물으니 회사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근로계약서 어디에도 (포괄임금제) 내용이 없지만, 회사의 산재 신청 관련 서류를 보니 ‘포괄’이라는 문구가 있었다”고 전했다.

박은하 노무사는 “포괄임금제는 어디까지 노동시간 산정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아주 특수하고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유효한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포괄임금 계약이 남용되고 있다”며 “정부가 이를 거의 방치해왔는데 연장 노동시간까지 월 단위로 보겠다는 것은 초과근로 수당 자체를 아예 유명무실하게 만들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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