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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300만원 들여 푸드트럭 연 20대 직장인, 5년 만에 100억 버는 피자집 대표 됐다 [남돈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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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인도 벵갈루루에 위치한 고피자의 `인도 HSR 레이아웃점`에서 직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고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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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차라리 빨리 망해라."

싱가포르경영대(SMU) 경영학과 졸업 후 KAIST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았다. 이른바 고스펙의 소유자였기에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장에 취업할 수 있었지만 스타트업에 취업하는 길을 택했다.

피자를 좋아해서 퇴근 후 피자를 자주 먹고 싶었다. 하지만 피자가 보통 한 판에 2만원 이상인 데다 혼자 다 먹기에는 양이 많고, 매장에 가서 피자를 주문해 받는 데까지 20분가량 걸리는 이유 때문에 쉽게 먹을 수 없었다. 이 문제를 해결해보겠다고 결심하고 2017년 창업가로 변신했다. 5~8분 만에(피자 토핑 시간 포함) 피자를 만들 수 있는 피자집 '고피자'를 설립하고 고피자를 연 매출 133억원(지난해 기준)을 내는 기업으로 키운 임재원 고피자 대표(33) 이야기다. 임 대표는 2019년 미국 포브스의 '아시아의 30세 이하 리더 3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피자집을 차린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을 때 어머니는 차라리 빨리 망해보길 원하셨어요. 아들이 오랫동안 준비한 것 같으니 일단 도전해본 후 빨리 실패해보고 제자리를 찾길 원하셨던 것 같아요. 아버지께서는 지원도 비난도 하지 않으셨지만 굉장히 못마땅해하셨지요. 지금은 두 분 다 저를 적극 응원해주세요."

고피자는 브랜드명과 사명이 고피자로 동일하다. 고피자는 치열한 피자 시장에 2017년 후발 주자로 등장했지만 매섭게 성장하고 있다. 피자 토핑 시간을 포함해 5~8분 만에 누구나 피자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데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나고 화덕에 구워 맛도 좋은 덕분이다.

임 대표는 "고피자는 누구나 재빠르고 쉽게 피자를 만들 수 있도록 빵 반죽을 70~80% 정도 구운 뒤 급속 냉동한 '파베이크 도(dough)'를 사용하고, 토핑이 끝난 도를 빠르게 굽기 위해 '고븐(GOVEN)'이라는 화덕을 자체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 대표는 "한국 오프라인 매장 기준으로 가장 저렴한 고피자의 피자 한 판 가격은 4900원으로 저렴한데, 크기는 일반적인 피자 네 조각에 해당돼 양도 적지 않다"며 "화덕에 한 번에 피자 다섯 판까지 구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피자를 구입하러 온 소비자가 기다리는 시간을 최소화하면서 자영업자에게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실현해주기 위해 고심한 끝에 고븐을 개발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고피자는 이 같은 강점 등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해 지난해 매출 133억원을 기록했다. 직영점, 가맹점 합산 기준 지난해 총 매장 매출은 230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매장 매출이 아닌 주식회사 고피자의 목표 매출은 200억원을 돌파하는 것이다. 매장은 총 157개에 달한다. 이 중 해외 매장은 32개로, 인도·싱가포르에 각각 15개, 홍콩에 2개가 있다. 고피자는 2019년 인도 벵갈루루에 1호점을 내면서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시작했다. 고피자는 올해 인도네시아에도 매장을 내고 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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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원 고피자 대표. /사진 제공=고피자


임 대표는 "한국의 외식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치열하기 때문에 유니콘(설립 10년 미만이면서 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의 비상장사)이 되려면 반드시 해외에 진출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매년 새로운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인도는 국민 평균 연령대가 20대로 굉장히 젊은 국가라서 빠르게 서구화되면서 피자를 즐겨 먹는 사람이 많다"며 "인도에서 고피자는 한 판에 한국 돈으로 1000원대 정도로 가격이 합리적인 데다 빠르고 쉽게 먹기 좋은 음식으로 입소문 나면서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국내외를 포함해 월 매출이 가장 잘 나오는 매장은 싱가포르 매장으로, 월 1억원 이상 나오는 곳도 있다"며 "한국 매장도 실적이 잘 나오는 곳은 월 6000만~7000만원 나온다"고 말했다.

임 대표의 창업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임 대표는 직장인이었던 2015년 패스트푸드점에서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피자와 피자 시장에 관해 공부했다. 이후 2016년 3월 서울 여의도 밤도깨비 야시장에서 푸드트럭 피자 장사를 했다.

임 대표는 "당시 사업 자금이 없어서 32만㎞를 뛴 낡은 중고 트럭을 300만원에 구입해 푸드트럭부터 시작했는데, 그 트럭이 6개월도 안 돼서 도로 한복판에 서버린 적이 있다"며 "그날 엄청 고생했지만 그날도 장사는 했다"고 말했다.

푸드트럭에서 피자가 잘 팔리자 몇 달 지나지 않아 백화점에서 팝업스토어 입점을 제안받았다. 임 대표는 고심 끝에 2016년 8월 회사를 그만두고 팝업스토어 매장을 내며 본격적으로 피자 사업에 뛰어들었다. 평일에는 백화점에서, 주말에는 푸드트럭에서 피자 장사를 했다. 임 대표는 이후 2017년 10월 고피자 법인을 설립했고, 그해 12월 서울 대치동에 고피자 1평(3.3㎡) 규모로 1호 매장을 냈다. 고피자를 설립하고 3년 동안 월급도 못 가져갈 만큼 경제적으로도 고생했다.

임 대표는 "1호 매장을 낼 때도 돈이 없어서 1평이라서 아무에게도 임대해주지 않았던 곳을 골랐는데, 건물주가 세를 안 주겠다고 해서 삼고초려 끝에 겨우 빌렸다"고 말했다.

임 대표가 그리는 고피자의 미래 모습은 어떨까.

"고피자는 3년 후 전체 매출의 80~90%를 해외에서 달성하고 있을 거예요. 고객이 원하는 곳에 항상 고피자가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 CGV에 고피자가 최근에 입점했어요. 야구장, 골프장, 극장, 비행기 안 등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하는 곳 어디에든 고피자를 공급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신수현 기자]

남돈남산은 많이 팔린 제품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협찬, 광고 등을 통해 나가는 기사가 아닙니다. 기자가 기업에 직접 접촉하고 여러 가지를 직접 취재한 후 공들여 쓰는 기사입니다. 자사 제품 중에 소비자에게 사랑받아 많이 팔린 제품이 있다면 제보해주셔도 좋습니다.


※ 인터뷰 동영상을 매일경제신문 유튜브 '매경5F'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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