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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사놓고도 되파는 판"…'재생에너지 발목' 이런 규제 한국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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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세종=김훈남 기자] [창간기획]그린볼루션 시대(3회)


주유소 하나에 규제가 100개…태양광 발전 충전소는 '꿈 같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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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가 CES2021에 공개할 미래형 주유소 영상 캡처/사진제공=GS칼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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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를 재생에너지 발전과 연계한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으로 만들자고 하지만 말이 쉽지요. 주유소 규제만 100개 가까이 되는데 어떻게 지붕에 태양광을 올리고 전기충전소를 설치하겠어요? 연료전지 발전은 설치조차 할 수 없습니다."

에너지업계는 요즘 고민이 많다. 정부의 탄소중립 계획에 따라 재생에너지와 관련 없던 민간발전업계와 정유업계까지 관련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설치부터 사용까지 첩첩산중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정부가 에너지산업 규제를 완화하고 직접 입지 선정에 나서는 등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환경·주민 문제 없어도 퇴짜…"이격거리 제한부터 풀어달라"

재생에너지업계에서 최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꼽는 규제는 이격거리 제한이다. 정부에선 제한을 따로 두고 있지 않지만, 지자체는 조례 등을 통해 태양광,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 발전 이격거리를 두고 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2017년 이격거리 기준을 운영하지 않도록 태양광 입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올해 1월까지 기초지자체 226곳 중 128곳이 이격거리를 시행하고 있어 유명무실하단 평을 받는다. 업계는 일부 지자체 경우 객관적 근거 없이 과도한 이격거리를 설정해 재생에너지 발전 설치를 저해한다고 본다. 지자체별로 기준이 다른 것도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어떤 지자체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도로나 주택으로부터 100m 이내에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한 데 반해 다른 곳들은 500m, 1000m 등 기준이 다르다. 지자체들이 설비 관리·감독보다 고무줄식 이격 거리 규제에 집중하다 보니 발전 설비가 임야로 밀려나 환경파괴 논란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재생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권 초반인 2017년까지만 해도 이격거리 규제가 있는 지자체가 80~90개 정도였는데 지금은 훨씬 늘었다"며 "지자체마다 상이한 이격거리 제한 때문에 땅을 사 놓고도 발전 사업을 하지 못해 되팔 정도"고 말했다. 이어 "신재생에너지 설비 이격 거리를 제한한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며 "명확한 근거가 없는 이격거리 제한 규제가 폐지돼야 사업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사업 인허가 해야… "대만, 일본은 정부가 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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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업계의 경우 최근 농사와 태양광 발전업을 병행할 수 있는 영농형 태양광 발전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 역시 규제 때문에 진행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태양광 발전설비는 수명이 25년 정도지만 영농형 태양광 발전설비는 농지법에 따라 8년 안에 철거해야 한다.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영농형 태양광을 설치했을 경우 재배량이 10% 줄어들지만 전력 판매를 통해 경제적 생산성은 더 높다"며 "농가의 문의가 많아지고 있지만 규제 때문에 실제로 확산 속도는 더디다"고 말했다.

풍력업계는 사업 인허가 주체를 정부로 통일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현재 풍력발전 사업 인허가는 모두 지자체장한테 받아야 하는데 지자체별로 분위기가 다르다"며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고 한 정부가 인허가를 내주는 것이 사업자 입장에서 편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육상 풍력발전단지의 경우 산림청이 관리를 하는데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해도 산림청에서 허가를 안 내줘서 고충이 크다"고 덧붙였다.

신재생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일본이나 대만이 훌륭한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들 국가는 정부가 직접 재생에너지발전 입지선정에 나서 주민들과의 갈등까지 대신 해결해준다. 정부가 입지규제 해소에 나서준다면 현실적으로 주민들은 보다 폭넓은 보상을 받을 수 있고, 기업도 정부 중재 하에 보상의 당위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정부에서 도입하겠다고 한 SMP(전력도매가격) 상한제도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를 가로막는다. 신재생발전 사업자를 포함한 민간 발전사업자 이익을 인위적으로 제한해 시장을 과도하게 위축시킨다는 지적이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SMP 상한제는 중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의 시장 진입을 막고 장기적으로 고착화될 경우 기존 사업장의 존폐를 논해야 할 정도"라며 "전기요금을 인상하고 정부가 가격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태양광전기·수소 충전하는 주유소는 꿈같은 일 …"규제 샌드박스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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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박미주유소에 문을 연 첫 에너지슈퍼스테이션. LNG연료전지와 태양광을 통해 생산되는 전기를 곧바로 전기차 충전기에 공급할 수 있는 친환경 도심형 발전시스템이다. /사진=우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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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에너지 사용 측면에서도 업계는 기존 에너지네트워크와 연계해 시장을 확대하려고 하지만 규제 때문에 쉽지 않다. 주유소를 활용한 에너지슈퍼스테이션이 대표적인 사례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은 기존 주유소, LPG(액화석유가스) 충전소에 태양광 발전과 연료전지발전을 접목한 시설이다. 정유업계의 기존 인프라와 인력을 활용하면서 친환경 발전으로 자체 생산한 전기와 수소를 충전할 수 있어 친환경 전환의 모범 대안으로 꼽힌다.

그러나 주유소 내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설치·운영에 여러 규제가 있어 사업화가 어렵다.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하는 것조차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라 주유시설과 6m의 이격거리가 요구된다. 연료전지 발전설비는 설치조차 불가능해 법령 정비가 필요하다.

에너지업계는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한 신사업을 개발하고 전환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를 적극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 2월 문을 연 서울 금천구 박미 에너지 슈퍼스테이션도 규제를 예외적으로 면제해주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탄생했다.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는 박미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같은 시설 구축·운영을 최대 10개까지만 허용한다. SK에너지는 전국에 100개 이상의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구축·운영을 계획 중인데 관련 법이 바뀌어야 가능한 일이다.

업계 관계자는 "충전 인프라가 갖춰져야 신재생에너지 사용이 늘어나는데 기존 주유소와 LPG 충전소 인프라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안"이라며 "주유소와 LPG 충전소를 친환경에너지 공급거점으로 만들기 위해선 연료전지 설치를 허용하고 전기차 충전설비 관련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尹정부도 "온실가스 40% 감축"...원전+재생 조합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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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지난달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8차 인수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에게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전달 받은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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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준수하되 부문별로 현실적 감축수단을 마련해 법정 국가계획에 반영"(윤석열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110대 국정과제 중)

윤석열정부는 지난달 110대 국정과제 발표를 통해 직전 문재인정부가 세운 NDC 40%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지난해 NDC 상향 결정 과정에 이해당사자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절차상 문제는 있지만 이미 국제사회에 공언한 약속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게 현 정부의 판단이다. 대신 원자력발전(원전) 비중을 올리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줄이는, '현실적인' 방향으로 NDC 달성 시나리오를 수정하기로 했다.

22일 환경부에 따르면 정부는 2023년 3월 NDC 달성을 위한 부문별·연도별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정부는 탄소배출 감축 책임을 가장 많이 지고 있는 산업계를 포함한 이해당사자와의 충분한 소통과 객관적인 비용 분석을 토대로 현실적인 NDC 달성 방안을 만들 계획이다.

앞서 문재인정부는 지난해 NDC 상향을 결정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최대 70%까지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정점인 2018년 대비 40%로 줄이고 2050년엔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그림이었다.

윤석열정부는 발전량이 안정적이지 못한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NDC나 탄소중립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최근 취재진과의 간담회에서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은 에너지의 합리적인 믹스(조합) 차원에서 보는 게 바람직하다"며 "(새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변화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원전으로 해결할 수 있어 그것을 어떻게 믹스하느냐의 차원"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전 정부에서 건설이 중단됐던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2025년 상반기 중 재개하고 수명이 다한 원전 10기에 대한 계속가동을 검토하는 등 원전 가동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에너지믹스(조합)를 조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다만 기존 원전의 건설·가동과 차세대 원전으로 불리는 SMR(소형모듈원전) 개발 등 일정을 고려하면 원전으로만 2030년 NDC 달성이 어려운 만큼 주민 수용성을 전제로 신재생에너지 역시 확대할 방침이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해외 주요국 역시 원전 활용과 무관하게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펴고 있다.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REPower EU' 계획을 발표,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기존 40%에서 45%로 높이고 2030년까지 3000억유로(약 407조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안보위기가 발생한 데 따른 것으로 러시아산 석탄 등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도다. 미국 정부 역시 전력 인프라 확충과 친환경 에너지 육성 계획을 담은 '더 나은 재건 법(BBB)' 입법을 추진 중이다.


"툭 하면 발전 중단" 제주도의 교훈...재생에너지, 넘쳐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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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한경면 한경풍력 발전단지.2020.11.10/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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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을 위해선 재생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확대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자연으로부터 오는 재생에너지는 사람이 원하는 대로 전력 양을 조절하기 어렵다. 2030년까지 '탄소 제로'를 선언한 제주 지역에선 재생에너지 과잉 공급에 태양광·풍력 출력제어가 잇따라 이뤄지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에너지원으로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위해 ESS(에너지저장시스템)과 분산발전 생태계, 수소경제 구축이 필수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가장 높은 제주도 내 출력제어 횟수는 2015년 3건에서 2019년 46건, 2020년 77건, 2021년 65건 등 급증하고 있다. 출력제어는 발전량이 과잉 공급돼 전력 계통의 과부하가 우려될 때 전력거래소가 발전 사업자에 설비 중단을 요청하는 조치다.

특히 기존 출력제어 조치가 공공 풍력발전단지 위주로 내려졌다면 올해부턴 민간 태양광 발전까지 출력이 제어됐다. 전력거래소는 지난해 10월 공공 태양광발전시설에 대해 처음으로 출력제어를 한 뒤, 올해는 민간 태양광발전시설에 대해 3월 2차례, 4월 11차례, 5월 8차례, 6월 1차례 출력을 차단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기준 재생에너지 비중이 39%에 이르는 탄소중립의 메카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로 제주도 내 전력 수요의 100%를 충당하겠다는 '탄소 없는 섬 2030' 정책을 추진하면서 도 내 재생에너지 비율이 급증했다. 그러나 수요와 전력계통 안정화를 위한 인프라는 이에 미치지 못하면서 전력계통의 불안정성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제주에너지공사가 지난해 내놓은 재생에너지 출력제약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 제주도 재생에너지 출력제약은 약 179일(4294시간)에 달할 전망이다. 출력제약 예상 발전량은 2078GWh(기가와트시)로, 2030년 제주도 신재생에너지 최대 발전량 5164GWh의 40.2%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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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다보면 전국 어디에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앞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량 확대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출력제한을 하지 않고 전력을 역전송하기 위해선 송전선로·배전망 확보가 시급하다. 정부는 송전망 건설을 선제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78조원 규모를 투자해 '선 전력망, 후 발전'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기로 했다.

송전망 확대보다 더 빠른 해결책은 ESS(에너지저장장치)와 DR(전력수요자원거래)이다. ESS는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되는 잉여전력을 저장했다가, 발전량이 줄어드는 시기에 전력을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신재생 확대를 위해서는 ESS가 필수적이지만, ESS 설비에 대한 보전 비용이 전력구입비의 3배가 넘어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다. 업계에선 발전사업자들이 ESS에 투자할 만큼 재생에너지 전력 가격을 현재보다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다른 해결책인 DR은 전력 수요를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사업자가 전기사용자를 모집해 구성한 '수요자원'이 전기사용량을 줄이면 전력시장에서 발전과 동등하게 보상한다. 남는 전력은 분산전원의 일종인 VPP(가상발전소)를 통해 다른 수요처로 돌리는 식이다. 이 방식의 경우 전력 수급을 미리 예측해 최적화된 형태로 운영할 수 있어 효율적인 전력 공급을 가능하게 한다.

현재는 한국전력공사가 송배전을 관리하고 있는데 이 같은 환경에선 DR 같은 시스템이 구축되기 힘들다. 업계에선 전력수요관리를 민간에서 할 수 있게 하는 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재생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민간 재생에너지 발전업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전력수요관리는 한전이나 한전에서 허가를 내준 사업자만 할 수 있다"며 "발전 시장이 커지는 만큼 송배전·유통체계가 유연해져야 재생에너지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세종=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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