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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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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유가와 전쟁' 바이든 "유류세 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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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고 러시아산 원유에 가격상한제를 도입하는 등 강력한 유가 통제 대책을 추진한다. 41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기름값과의 전면전에 나선 양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레호보스 비치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류세 부과 중단과 관련해 "검토하고 있다"며 "이번 주말까지 살펴보는 데이터에 근거해 결정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는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장관이 유류세 일시 면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을 재확인한 것이다. 유류세 면제가 정유사 수익만 늘려주고 세금 인하 효과가 소비자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으나, 유가를 포함한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정치적 위기에 내몰린 바이든 대통령이 유류세 면제 카드를 다급히 고려하는 모양새다. 이달 19일 기준 미국의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98달러를 기록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2월 24일(3.57달러) 대비 39% 급등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5일 주요 7개국(G7)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유럽 순방길에 나서 러시아산 원유 가격상한제 도입과 관련해 공조할 것으로 보인다. 옐런 장관은 이날 캐나다 토론토에서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재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세계 경제에 끼치는 부작용을 줄이면서 러시아 에너지 판매 수익을 억제할 수 있도록 동맹국·파트너국과 생산적으로 대화하고 있다"며 원유 가격상한제와 가격 예외 조치를 언급했다. 가격상한제는 국제 원유시장에서 일정 가격 이상으로 러시아산에 입찰하지 않도록 원유 소비자들끼리 약속하는 방식이다. 옐런 장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G7 정상회의에서 가격상한제 합의를 이끌어낼 방침인가'라는 질문에 "현재 파트너 국가들과 매우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서방이 논의 중인 가격상한제가 도입돼도 실제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방의 제재 영향권 밖에 있는 중국·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으로 수입하고 있어서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중국 세관인 해관총서의 자료를 인용해 5월 중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이 전년 동기 대비 55% 급증한 842만t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기존 중국의 최대 원유 공급국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782만t)를 뛰어넘는 규모다. 이로써 러시아는 1년7개월 만에 중국의 최대 원유 공급처 지위를 되찾았다. 반면 주요 공급국 중 하나였던 브라질에서의 원유 수입량은 5월 기준 220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로이터통신은 "중남미산 원유가 러시아산 원유와의 가격 경쟁에 직면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인도도 예외는 아니다. 핀란드의 에너지·청정공기연구센터(CREA)가 이달 초 펴낸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100일 내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러시아산 원유 수출량 가운데 인도 비중은 5월 기준 18%에 달해 침공 전 수준(1%)보다 크게 높아졌다.

한편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 교수와 통화하고 인플레이션 문제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서머스 교수는 작년부터 미국의 1970년대식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예견하고 경기 침체 위기를 경고해왔다.

그는 이날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도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5년간 5% 넘는 실업률이 필요하다"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견해보다 훨씬 비관적인 수치들이 있다"면서 고강도 긴축 정책을 촉구했다.

같은 날 연준 내 대표적 매파 인사로 꼽히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1년 만에 금리를 3%포인트 인상했던 1994년의 경험을 연준이 재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28년 만에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할 정도로 연준이 강도 높은 통화 긴축에 나섰지만, 올해 첫 금리 인상이 0~0.25% 수준에서 시작된 만큼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최현재 기자 /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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