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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생활고에 인신매매까지' 로힝야족의 절규…"차라리 내전 중인 미얀마로 보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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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난민의 날' 앞두고 대규모 집회
열악한 주거, 생활고에 범죄 노출까지
난민 협상 '지지부진'… 장기화 우려
한국일보

지난 19일 미얀마 로힝야족들이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주에 위치한 난민촌 앞에서 본국 송환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콕스바자르=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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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규모의 난민촌에서 삶을 이어가고 있는 로힝야족이 조국 미얀마로의 송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내전이 한창인 고향이 열악한 주거환경과 생활고, 인신매매까지 판치는 난민촌보다는 낫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2017년 로힝야족 대학살 사태를 부인 중인 미얀마 군부는 이들을 다시 받아들일 뜻이 없다. 대학살로부터 벌써 5년, 로힝야족 문제는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20일 싱가포르 CNA방송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주(州)의 난민촌에서 거주 중인 로힝야족들은 전날 집회를 열고 "우리는 난민촌에 더 이상 머무르고 싶지 않다"며 "여긴 지옥이다. 우리를 미얀마 고향으로 보내달라"고 주장했다.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아이들과 여성들은 난민촌 내부에서 "이제 충분하다. 집으로 가자"는 글이 쓰인 팻말을 들고 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세계 난민의 날(20일)'을 앞두고 자신들의 처지를 알리기 위해 열린 이번 집회에는 최대 1만여 명의 로힝야족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힝야족이 그토록 돌아가길 원하는 고향은 미얀마의 라카인주(구 아라칸주)다. 그곳은 현재 미얀마 쿠데타 군부 소속 정부군과 아라칸 반군(AA)의 전투가 한창인 교전 지역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고향을 택한 건 난민촌의 삶이 최악 중의 최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100만여 명의 로힝야족들이 거주하는 난민촌은 대나무에 비닐을 이어 만든 움막 형태로 지어졌으며, 식수는 물론 화장실조차 구비되지 않았다. 인구밀도는 ㎢당 무려 4만 명. 난민촌은 올해만 6번의 화재로 일 만여 채가 불에 탔으며, 매년 우기 때는 홍수로 수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있다.

생활고와 그로 인한 범죄집단화는 로힝야족을 더 비참하게 만들고 있다. 로힝야족 남성들은 난민촌 정착 초기 콕스바자르주 일대에서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이마저도 막히면서, 대부분의 남성은 현재 합성마약 '야바'의 밀거래 혹은 인신매매를 통해 푼돈을 만지고 있다. 현지 브로커들과 결착한 이들은 동족 여성과 아이들을 1인당 20만 타카(약 275만 원)에 유흥업소와 농장 등에 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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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로힝야족 난민 100여 명이 밀항선을 타고 인도네시아 아체주에 도착하고 있다. CNA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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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구가 없는 삶에 난민촌을 무작정 떠난 이들은 '비명횡사'하고 있다. 지난달 말레이시아로 향하던 로힝야족 14명은 바다에서 밀항선이 전복돼 사망한 채 해안가에서 발견됐으며, 지난 4일에는 밀항을 시도하던 로힝야족 60여 명이 태국의 한 섬에 버려지기도 했다. 현지에선 지난 5년 동안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로 밀항을 시도하다 목숨을 잃은 로힝야족이 최소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주 "올 하반기부터 로힝야족의 본국 송환을 시작해달라"는 방글라데시 정부의 요청에도 확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의 대처 역시 미흡하다. 유엔 진상조사단과 미국 국무부는 "미얀마 군부가 최소 7,000여 명의 로힝야족을 학살하고 강간한 사실은 명확하다"며 "로힝야 사태는 전형적인 '집단 학살(genocide·제노사이드)' 사태"라고 규정한 바 있다. 그러나 성명 이후 현 사태를 풀기 위한 중재나 국제법적 처벌은 이날까지도 전무하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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