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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산가치 붕괴로 시장에 혼란을 일으킨 암호화폐 루나(LUNC)와 테라USD(USTC) 발행사 테라폼랩스가 '사전발행'(프리마이닝)한 코인 10억 개 대부분을 자체 소각 예정이라고 밝혔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사전발행 코인이 테라폼랩스와 권도형 대표의 비자금 조성에 활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가 여전한 만큼 논란이 예상됩니다.
오늘(20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테라폼랩스 측은 지난해 10월 테라 커뮤니티에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에 연동되는 테라SDR(SDT) 10억 개 중 남은 물량을 소각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테라폼랩스는 2019년 4월 메인넷을 가동하며 당시 환율로 1조5천600억 원에 해당하는 10억 SDT를 사전발행했으나 이를 일반 투자자들에게 공지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국내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데스크코리아가 취재를 시작하자 테라폼랩스는 뒤늦게 2020년 11월 미국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업체 메사리(Messari)에 관련 내용을 공시했습니다.
이때 테라폼랩스는 "테라 안정 메커니즘을 강화하기 위해 제네시스 블록(블록체인에서 생성된 첫 번째 블록)에서 SDT 10억 개를 발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로부터 약 1년 뒤 테라 커뮤니티에 자신을 테라폼랩스 직원이라고 밝힌 제안자는 10억 SDT를 "SDT 안정 준비금(stability reserve)"이라고 부르며 "루나가 암호화폐 시장에서 가장 크고 유동성이 풍부한 자산이 됐기 때문에 테라는 더이상 SDT 준비금이 필요하지 않다"고 소각 이유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SDT 안정 준비금은 UST 등 테라 스테이블 코인과 루나 코인의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았던 프로젝트 초기에 사용됐다는 게 테라폼랩스의 설명입니다.
테라와 루나 교환 과정에서 유동성이 너무 작으면 슬리피지(매도·매수 희망 가격차)가 생겨 스테이블 코인의 가격 안정성을 헤치기 때문입니다.
10년 동안 10억 SDT를 발행하는 조건이었기 때문에 테라폼랩스가 지난해 10월 소각 결정을 제안할 때는 2019년 4월, 2020년 4월, 2021년 4월 등 3년에 걸쳐 3억 개만 발행이 이뤄졌고 7억 개는 발행 예정 물량이었습니다.
테라폼랩스의 SDT 소각 제안은 실제 이행돼 같은 해 12월 이미 발행된 3억 SDT 중 사용되지 않고 남은 1천100만3천512 SDT는 테라 블록체인상 코인 소각 지갑으로 이동해 없어졌습니다.
남은 7억 SDT는 한꺼번에 소각하려면 대규모 네트워크 업그레이드가 필요해 7년 동안 순차적으로 발행되면 그때 소각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5월 초 루나 대폭락 이후 테라폼랩스는 UST 없는 '루나 2.0'(LUNA) 프로젝트를 출범했기 때문에 실제 7억 SDT 소각이 이뤄졌는지 확인하는 것은 현재로선 무의미한 상황입니다.
이 제안은 찬성표를 얻어 통과하긴 했으나 일부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놨습니다.
한 이용자는 "소각은 불필요하게 낭비적이다"라며 테라의 디파이(탈중앙화금융) 서비스 '앵커 프로토콜'의 이자 준비금(yield reserve)로 사용하자고 제안했고, 또 다른 이용자는 나머지 SDT의 행방을 묻기도 했습니다.
이에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댓글로 자세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는 "SDT 안정성 자금 용도를 바꾸는 것은 탄생 목적과 맞지 않는다"며 다른 이용자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으며, 나머지 SDT는 KRT(원화KRW를 추종하는 테라KRW)와 UST 등을 발행하는 데 사용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발행된 KRT와 UST가 어디에 사용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테라폼랩스 전 직원은 사전발행 SDT 물량으로 테라폼랩스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일각의 의혹에 억울함을 나타냈습니다.
이 직원은 "시스템은 투명하게 운용했다"며 "모든 사실관계는 검찰 수사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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