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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취재파일] '서해 공무원 피격' 수사 결과가 밝힌 것…권력과 공직자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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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9월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정부의 판단이 180도 뒤집혔습니다. 사건의 증거는 그대로인데, 1년 9개월 만에 '자진 월북 추정' 결론이 '월북 증거 없음'으로 바뀌었습니다.

해수부 공무원 A씨에 대한 구조 및 수색 작전에 이어 수사, 그리고 말 바꾸기를 한 국방부와 군, 해경이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자진 월북 추정’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개입 정황들도 하나둘씩 보도되고 있습니다. 국방부와 해경의 최종 수사 결과 발표와 감사원의 전광석화 같은 감사 착수에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의 힘이 미쳤을 것이란 불편한 추정도 나옵니다.

사건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해수부 공무원 A씨가 바다에 왜 빠졌는지는 최종 수사 결과도 짚어내지 못했습니다. 미궁입니다. 반면에 좀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있습니다. 정권의 힘은 역시 세고, 군이건 해경이건 국방부건 감사원이건, '영혼' 없는 공무원들은 정권의 입김에 갈대처럼 흔들린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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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최종수사결과 발표를 마친 뒤 머리를 숙인 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과 윤형진 국방부 정책기획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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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잘했고, 누가 못했나



2020년 9월 24일 합참 작전본부장은 국회 국방위 긴급현안보고에서 "실종자가 구명 조끼를 착용한 점, 어업지도선에서 이탈하면서 본인의 신발을 유기한 점, 소형 부유물을 이용한 점 그리고 (북측에)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이 포착된 점을 고려 시에 현재까지는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해경도 같은 취지로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1년 9개월 후인 지난 16일 인천 해양경찰서장은 최종 수사 결과를 내놓으며 "종합적인 수사를 진행했으나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는 발견되지 못했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국방부는 "피살된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함으로써 국민들께 혼선을 드린 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최종 수사 결과 발표 이튿날 출근길의 윤석열 대통령은 서해 공무원 사건 결과가 뒤집힌 데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앞으로 더 진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날 오후 감사원은 "특별조사국 소속 인력을 투입해 해경 및 국방부 등 사건 관련 기관을 대상으로 즉시 자료 수집을 실시하고, 이를 정리하여 본 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발표해 윤 대통령의 발언에 빛의 속도로 호응했습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당연히 2020년 9월의 국방부와 해경은 청와대와 의견을 조율했다", "2022년 6월의 국방부와 해경도 대통령실과 의견을 조율해 사과하지 않았겠나"라고 목소리 낮춰 말했습니다. 추가된 증거가 없으니 그때나 지금이나 판단의 근거는 변함없습니다. 그래도 수사 결과는 증거를 초월해 흑에서 백으로 변신했습니다. 그동안 바뀐 것은 정권과 1년 9개월의 세월뿐입니다. 증거가 아니라, 정권에 의해 수사 결과가 좌우됐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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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격 공무원이 탔던 해수부의 무궁화 10호 어업지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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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의 영혼과 권력의 중립



일각의 용자(勇者)들은 "국방부와 군, 해경이 무슨 죄가 있나", "이번 논란의 주체는 정권들이고, 군과 해경은 주변부의 심부름꾼"이라고 항변합니다. 권력을 쥐고 흔드는 정권이 시키면 공직자들은 복종할 수밖에 없으니 국방부와 군, 해경은 억울할 만합니다. 하루 이틀 사정이 아니라 공무원들은 영혼 없다고 한탄합니다.

하지만 공직자들의 영혼 없음은 무죄가 아닙니다. 월북 증거가 없는데도 권력이 '자진 월북 추정'을 우기라고 시켰다면, 또는 월북 증거가 있는데도 권력이 '월북 단정 못한다'고 우기라고 시켰다면 국방부와 군, 해경의 공무원 중 극소수라도 몸부림쳤어야 했습니다. 자신의 직을 건 반항은 무서울 테니, 살아있는 권력의 행태를 언론이나 시민단체에 제보라도 했다면 어땠을까요. 현실은 지난 며칠 동안 이미 죽은 권력이 2년 전 한 일을 언론사에 흘려 보도 몇 건을 냈을 뿐입니다.

정권은 무소불위의 권력입니다. 정파성을 띠기에 중립적일 수 없습니다. 그들의 행동을 자세히 보면 명분은 허울이고, 실속은 따로 있습니다. 국민들 위한다면서 반대 세력 깎아내려 권력 구축에 혈안입니다. 윤석열 정부도, 문재인 정부도 비슷합니다. 2개 정권에 걸쳐 진행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의 수사 결과에서 A씨의 실종 원인은 보이지 않는데, 정파적 절대 권력과 영혼 없는 공무원의 관계는 선명하게 보입니다.
김태훈 국방전문기자(onew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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