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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국방부·해경 “서해 피살 공무원, 자진월북 증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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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와 해양경찰청이 16일 2020년 9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상에서 발생한 북한군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사건과 관련, “자진 월북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사건 발생 1년9개월 만에 문재인 정부 당시의 입장을 번복했다. 대통령실은 “‘고인의 명예를 되찾아드리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방부는 공지문을 통해 “실종 공무원의 자진월북을 입증할 수 없었다”며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운 정황이 있었다는 것을 명확하게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어 “피살된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해 국민께 혼선을 드렸으며, 보안관계상 많은 사실을 알려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해경도 이날 해수부 공무원이 당시 월북했다고 단정할 근거가 없다는 최종 수사 결과를 내놨다.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은 2020년 9월 22일 발생했다. 전날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어업지도선에 타고 있던 40대 남성 공무원 한 명이 실종됐는데, 이튿날 북한군 단속정이 표류하던 이 남성을 사살한 뒤 시신을 불태워버렸다.

대통령실 “확인도 안 된 자진월북 … 당시 문 정부 의도 밝혀야”


당시 군 당국은 사건 경과를 설명하면서 월북 가능성을 내비쳤다. 사건 이틀 뒤인 9월 24일 군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SI(Special Intelligence·특수정보) 분석 결과 군의 1차 판단은 월북”이라며 “북한군이 상부에 보고하는 내용을 입수했는데 문맥상 해수부 공무원이 의도를 갖고 북한으로 넘어갔다고 해석했다”고 말했다. 이후 해경은 도박으로 인한 빚 등을 이유로 ‘자진 월북’에 무게를 두고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입장 번복 배경과 관련, 당시 상황을 잘 아는 또 다른 군 관계자는 이날 “북한군이 총을 들고 나타나 해수부 공무원이 위협을 느껴 월북했다고 거짓말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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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왼쪽)과 윤형진 국방부 국방정책실 정책기획과장이 16일 인천해양경찰서에서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최종 수사 결과 브리핑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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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이날 또 당시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언론에 입장을 변경해 설명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국방부는 9월 27일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사건 관련 주요 쟁점 답변 지침을 받은 뒤 “시신 소각이 추정되며,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공동조사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서 9월 24일 우리 국민에 대한 총격과 시신을 불태운 만행을 언급한 입장문과는 맥락이 달랐다. 북한이 9월 25일 대남통지문을 보내 시신 소각을 부인하자 국방부가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당초 발표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은 이와는 별도로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정보 공개 소송 사건의 항소도 취하했다. 안보실은 입장문을 통해 “유족이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한 항소를 취하했다”며 “안보실에 정보를 일부 공개하라고 명한 1심 판결이 확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보실은 “이번 결정은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게 피살됐음에도 유족에게 사망 경위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정보를 제한했던 과거의 부당한 조치를 시정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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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앞서 유족은 피살 경위 확인을 위해 안보실과 해경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1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항소해 현재 서울고법에서 2심이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관계자는 “월북 의도가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문재인 정부가 당시 자진 월북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밝히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항소 취하 결정에도 불구하고 당시 청와대가 보유했던 사건 관련 자료가 전면 공개될 가능성은 작다. 임기 만료와 함께 사건 관련 자료를 모두 최장 15년간 비공개가 가능한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해 봉인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동생이 월북했다고 볼 수 없다는 수사 결과가 나온 만큼 그간 동생을 월북자로 몰아간 이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 전 대통령과 당시 국방부 장관 등을 살인 방조와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김홍희 전 해경청장과 중간수사 결과 브리핑 당시 해경청 수사정보국장도 고소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은 반발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늘 해경 발표는 월북 의도가 아니라는 명확한 증거도 내놓지 못한 채 어정쩡한 결론을 내려 오히려 교묘하게 사실관계를 호도하고 있는 것”이라며 “군 특수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악용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행태는 결코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상진·김기정·심석용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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