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국가안보실과 국방부도 전 정부의 월북 시도 단정은 잘못됐다면서 사과했다. 이로써 도박 빚에 내몰린 이씨가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문재인정부의 2년 전 발표는 뒤집어졌다. 고인의 명예 회복을 요구해온 유족은 "진실 규명의 첫 단추가 끼워졌다"며 환영했다. 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은 16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국방부 발표 등에 근거해 피격 공무원의 월북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현장조사와 국제사법공조 등 종합적인 수사를 진행했으나 (이씨의)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날 국방부는 "2020년 9월 27일 청와대 국가안보실로부터 사건 관련 주요 쟁점 답변 지침을 하달받아 '시신 소각이 추정되며,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공동 조사가 필요하다'고 함으로써 최초 발표에서 변경된 입장을 언론을 통해 밝혔다"고 설명했다. 사흘 전 "북한이 (이 모씨의)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고 했다가 청와대 지시에 따라 '추정'으로 입장을 바꿨다고 밝힌 것이다.
해경은 이씨를 총격 살해한 북한군에 대한 수사도 중단했다고 밝혔다. 박 서장은 "피해자는 2020년 9월 북한군의 총탄 사격을 당해 사망한 것으로 인정된다"면서도 "피의자가 북한 군인이라는 사실 외 이름과 소속 등 인적 사항이 특정되지 않았고, 남북 분단 상황으로 북한의 협조를 기대할 수 없어 수사를 중지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외부위원 중심의 수사심의위원회 의견 등을 종합해 내린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대신 윤석열정부와 해경은 유족이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 대한 항소를 취소하고 수사 관련 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
이날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은 "이씨의 자진 월북 시도를 단정한 문재인정부의 판단은 잘못됐다"면서 "유족이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 대한 항소를 취하했다"고 밝혔다. 국가안보실은 "이번 항소 취하 결정이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게 피살됐음에도 불구하고 유족에게 사망 경위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정보를 제한했던 과거의 부당한 조치를 시정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항소를 취하하더라도 관련 내용이 이미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이관돼 이전 정부 국가안보실에서 관리하던 해당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어렵다"면서 "진실 규명을 포함해 유가족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충분한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홍구 기자 / 김대기 기자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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