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고유가·고환율·고금리까지 '삼중고'…기업 펀더멘탈 악화 우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 연준 '자이언트 스텝'에 한국도 도미노 금리 인상 예상

자금조달난 심화…부실 위험 커지고 소비·투자 위축 우려

연합뉴스

미 연준, 기준금리 0.75%p 인상…28년 만에 최대폭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0.75∼1.00%에서 1.50∼1.75%로 0.75%포인트 올린 가운데 16일 오전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금리 인상 관련 뉴스를 켜놓고 업무를 보고 있다. 2022.6.16 ondol@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김기훈 김보경 김철선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으로 금리가 가파르게 뛰자 국내 기업들은 고금리 상황이 경영 환경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인한 경기 둔화, 고유가로 인한 원가 부담 등이 국내 기업의 발목을 잡는 상황에서 금리마저 치솟게 되면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자금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6일 은행권과 업계에 따르면 미 연준이 전날(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나 한꺼번에 올리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도 예상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이런 자이언트 스텝은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그만큼 현재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크다는 뜻이다.

이에 기업들도 고금리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특히 시설 투자나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자금을 조달할 때 이자 부담이 커지고 채권 발행금리 상승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욱이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진 상황에서 금리 상승은 기업 실적 둔화와 재무구조 악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가계의 이자 부담 급증이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도 나온다.

연합뉴스

6월 유류할증료 또 '역대 최고'…소비자 부담 가중
(영종도=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국제 유가 상승에 따라 대한항공의 국제선 항공권에 부과되는 유류할증료가 또다시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 항공사들이 유가 상승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운임에 별도로 부과하는 유류할증료가 인상되면서 소비자가 내야 하는 항공권 총액도 오르게 됐다.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6월 대한항공의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이달보다 2계단 상승한 19단계가 적용돼 편도거리 기준 거리 비례별로 3만7천700~29만3천800원이 부과된다. 사진은 이날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의 대한항공 여객기. 2022.5.16 kane@yna.co.kr



◇ 코로나19 터널 벗어난 항공업계 이자 비용 '눈덩이'…재무 부담 가중

산업별로 보면 특히 항공업계가 고금리 상황을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이후 여행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아직 업황이 눈에 띄게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고유가, 고금리, 고환율의 '삼중고'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 여파로 우리나라의 금리까지 인상되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항공업계에서는 이자 비용이 추가로 늘어나면서 재무적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화물 영업이 호조를 보이면서 흑자를 내던 대형 항공사들은 견딜 만하지만, 계속 적자에 시달려온 저비용 항공사들은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자동차업계도 금리 인상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전반적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이것이 완성차 판매 차질로 이어질 수 있는 탓이다.

기업들은 환율 상승세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입장에서는 수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늘어날 수 있어 오히려 낫지만, 원자잿값이 덩달아 오르면서 영세한 부품 협력업체가 힘들어져 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역시 현 상황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

금리 인상이 경기침체를 동반할 수 있는데 실제 경기침체가 현실화될 경우 선박 발주 모멘텀도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금리 인상이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것인 만큼 원자재 가격 인상에 대한 우려는 일부 완화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연합뉴스

[그래픽] 미국 기준금리 전망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15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인 점도표(dot plot)를 보면 올해 말 금리 수준은 3.4%로 전망했고 점도표상 내년 말 금리 전망치는 3.8%로 종전보다 1.0%포인트 상향됐다. yoon2@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 채권 발행 많은 정유업계도 부담…반도체 업계 영향은 제한적

금리 상승은 채권 발행이 많은 정유업계에도 부담이다.

정유업체가 현지서 원유를 들여와 정유 공정을 거쳐 제품을 내놓기까지는 약 두 달이 걸리는데 이 기간 현금이 묶이기 때문에 정유사들은 자금을 융통할 목적으로 유전스(Usance)라는 채권을 발행한다.

향후 금리가 치솟으면 채권 발행에 따른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금리 상황이 업황에 큰 타격을 미칠 정도로 위협적인 변수는 아니라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경우 금리와 유가, 환율 변동이 경영 실적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는 않다.

물론 현재 상황이 경기침체로 이어지면 서버 기업의 투자 위축과 IT 기기 수요 부진을 촉발해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정혜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압력과 그로 인한 금리 인상은 금융비용 증가, 원자재가 상승으로 인한 원가 부담 등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기업 펀더멘탈에 영향을 미친다"며 "수출채권 할인이나 무역금융 등 단기차입금 빈도가 높은 자동차, 종합상사, 의류 등의 산업이 금리 상승 영향에 민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수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실장은 "미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으로 국내 금리가 따라 오르게 되면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서 기업의 부실 위험이 커지고,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면서 국내 부채 수준이 매우 높아진 상황"이라며 "국내 경제 주체들이 견딜 수 있는 체력을 고려해 금리 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ihun@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