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궁과 월지 출토 통일신라 선각단화쌍조문금박 공개
지금까지 발견된 금속공예 유물 가운데 가장 세밀해
"현대 장인이 재현할 수 없을 만큼 자세하고 꼼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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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경주 동궁과 월지에서 통일신라 선각단화쌍조문금박이 출토됐다. 순금인 금박(무게 0.3g)의 두께는 0.04㎜. 철필(鐵筆)로 새긴 문양의 극세선(極細線) 굵기도 0.05㎜가 채 되지 않는다. 사람의 머리카락(0.08㎜)보다 가늘다. 지금까지 발견된 금속공예 유물 가운데 가장 세밀하다. 문양의 정교함도 못지않다. 멧비둘기 두 마리와 단화(團華·꽃을 위에서 본 형태를 연상시키는 의장)가 사실적으로 표현됐다. 전문가들이 회화로 해석할 수 있다고 감탄할 정도다.
수려한 금속세공기술을 오롯이 전하는 선각단화쌍조문금박이 처음 공개된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오는 17일부터 10월 31일까지 천존고에서 특별 전시 '3㎝에 담긴, 금빛 화조도'를 한다. 발견 당시만 해도 형체를 구분하기 힘들 만큼 구겨진 채 두 점으로 분리돼 있었다. 장기간 보존처리를 거쳐 온전한 모습(가로 3.6㎝·세로 1.17㎝)을 되찾았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오염 물질을 제거하고 물리적으로 안정시키면서 접합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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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금관의 금 함유량은 80~89%. 선각단화쌍조문금박은 99.99%에 육박한다. 통일신라가 고순도 정련기술을 확보했음을 알려준다. 문양은 돋보기나 현미경으로만 확인할 수 있다. 단화를 중심으로 좌우에 멧비둘기를 배치했다. 외곽선을 먼저 새기고 내부 장식·표현을 진행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최소 두 개 이상의 도구를 사용했다고 추정된다"며 "현대 장인이 재현할 수 없을 만큼 자세하고 꼼꼼하다"고 평했다.
단화는 통일신라 장식 문양 가운데 하나다. 경주 구황동 원지 출토 금동경통장식, 황룡사 서편 폐사지 출토 금동제 봉황장식 등에서도 확인된다. 형상은 형식화된 사산조 페르시아 등 서역의 그것과 달리 현실적이다. 멧비둘기 또한 몸집의 크기와 꼬리 깃털로 암수가 구분되고 깃털 표현이 다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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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매달 수 있는 구멍은 없다. 이 때문에 특정 기물에 부착됐던 장식물로 추정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현재로선 비교할 만한 사례가 없으나 형태만 보면 사다리꼴 단면을 가진 기물의 마구리(길쭉한 토막, 상자 따위의 양쪽 머리 면)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어 "육안으로는 식별조차 힘들 만큼 도안이 미세해 장식적 요소를 넘어 신에게 봉헌하기 위한 기능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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