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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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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자이언트스텝' 대비한 재정·통화 정책의 묘수 찾기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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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15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 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같은 달 대비 8.6% 올라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더 큰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다는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며 원자재와 곡물 가격이 고공행진 중인 데다 중국 코로나19 봉쇄 완전히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불안도 현재진행형이다.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빨리 잡지 못하면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미국 내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당 5달러를 돌파했다. 자동차가 필수품인 미국인들은 휘발류 가격으로 물가를 체감한다. 식료품 가격도 많이 올랐다. 치솟는 물가를 잡지 못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미국이 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은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이달과 다음달 FOMC에서 빅스텝을 밟고 중간선거를 앞둔 9월에는 0.25%포인트의 정상적인 금리 인상 기조로 돌아갈 것으로 봤다. 하지만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발표되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미국의 일부 투자은행들은 이번 FOMC에서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이번에는 빅스텝을 밟되 자인언트스텝을 예고하는 경고가 나올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로저 퍼거슨 전 연준 부의장은 "이달 FOMC에서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인상하고 기자회견에서 0.75% 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언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자이언트스텝은 한국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줄 게 분명하다. 이미 코스피는 1년 6개월 만에 연저점이 붕괴됐고 FOMC 이후 더 크게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코로나19 사태에 마구 풀었던 돈의 저주가 이제 막 시작됐다는 말도 나온다. 경기 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덮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이 되면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는 말 그대로 '시계 제로' 상태에 직면할 것이다.

미국이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면 한국은행도 금리인상 빅스텝이 불가피할 수 있다. 원-달러 환율 방어를 위해선 미국과의 금리 역전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물가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 정상적인 수준의 금리인상은 어쩔 수 없다. 문제는 우리가 기준금리를 올려도 물가를 잡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의 주요 원인이 수요가 아닌 공급 측면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은 원자재와 곡물가 상승으로 고 크게 오른 수입 물가에 있다. 미국 자이언트스텝에 대응한다고 금리를 올리면 국내 경기 침체만 초래하고 물가를 잡지 못하는 잘못을 범할 수 있다. 물가 안정에 치중하다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재정과 통화 정책의 절묘한 믹스가 중요한 시기다.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경제 위기를 극복할 묘수를 찾아야 한다.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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