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총파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12일 서울 시내의 한 레미콘 공장에 레미콘 차량들이 세워져 있다. 파업 장기화로 전국에서 시멘트 등 물류 운송에 차질이 벌어지고 있다. [이승환 기자] |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레미콘과 관련된 공사를 제대로 못해 늦어진 공사기간(공기)이 벌써 열흘 정도 됩니다. 안 그래도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공기가 미뤄졌는데, 파업이 길어지면 어떻게 준공 기한을 맞춰야 할지 걱정이에요."
경기도 과천시 인근 아파트 공사 현장을 맡고 있는 A건설사 현장 소장 김 모씨는 최근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해 자신이 맡고 있는 건설 현장 내 레미콘 관련 공정을 모두 미뤄놓은 상태다. 인테리어 공정 등을 먼저 하고 있다는 김 소장은 "아파트 건설에서 가장 중요한 게 철근과 시멘트 등을 이용한 골조공사(뼈대를 만드는 것)인데, 언제까지나 이를 제쳐 놓고 인테리어 공사만 할 수는 없다"면서 "최근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시멘트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늦어진 것을 감안하면 벌써 25일 정도 공기가 지체된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자재 가격이 인상되면서 시멘트·레미콘사들이 가격을 올리기 위해 건설 현장에 자재 조달량을 계속 줄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건설사인 B사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B사 관계자는 "콘크리트 타설(건물을 지을 때 구조물의 거푸집과 같은 빈 공간에 콘크리트 따위를 부어 넣는 것)과 철근 공급도 제대로 안 돼 서울 개포동 등 회사에서 작업 중인 현장 골조공사 작업은 대부분 중단됐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C건설사 관계자는 "콘크리트 작업 시행이 시급한 정도와 철근 등 재고 물량에 따라 각 현장에서 공사 중단 기간이 달라지는 상황이라 회사 자체적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반포대교 인근에서 3000가구 규모로 건설하고 있는 D아파트 단지 역시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골조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파악됐다. D아파트 건설을 맡고 있는 E사는 "골조공사 외 작업을 진행하며 버티고 있지만 사태가 길어지면 심각한 피해를 피하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수도권 내 다른 공사 현장도 상황이 비슷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건설업계는 입주 예정자들과 약속한 아파트 분양 일정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최근 늦춰진 공기는 향후 건설사들이 무리하게 맞출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부실 공사,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높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화물연대 파업이 조만간 극적 타결된다고 하더라도 막혔던 공급이 한번에 원활하게 풀리기는 어려운 만큼 단가 등을 높여주기 힘든 중소형 건설사의 어려움이 길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많다.
건설현장에 자재를 공급하는 시멘트·레미콘 업계 사정 또한 심각하다. 가동 중단이 제조업체를 넘어 건설 현장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대표 레미콘 업체인 삼표산업과 아주산업은 지난 10일을 기점으로 전국 모든 공장이 멈췄다. 유진기업은 지난주까지 전체 공장 중 지방을 중심으로 일부 공장 가동을 이어갔지만 이번주에는 대부분 운영을 중단할 것으로 전망된다. 쌍용레미콘 역시 이미 절반 이상이 가동을 중단한 가운데 나머지 공장도 가동 중단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이번 파업 여파로 시멘트 업계는 현재까지 700억원 이상 손실이 발생했다.
시멘트와 컨테이너를 포함한 화주업계에선 화물기사들의 적정 임금을 보장하기 위해 안전운임제의 모호한 요금 할증률 산정 기준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제도 시행 과정 중 객관적인 데이터가 결여된 상황에서 차주 등 이해관계자 주장에 기초한 설문조사로 안전운임제 요금 할증률을 산정하면서 실제 지출보다 과도한 운임이 산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위험물 할증, 중량물 할증, 편도운송 할증, 콤바인(결합적재) 할증, 지역 할증 등 안전운임 원가에 포함되는 할증 조항은 수십 개에 이른다. 문제는 이처럼 다양한 할증이 붙어도 운송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고 시장 혼란만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위험물을 적재한 탱크(30%)와 냉동·냉장 컨테이너(30%) 등은 운송 시 할증률 30%를 적용받지만 실제 화물차주 원가가 30% 더 늘어나는지에 대한 납득할 만한 검증 결과가 없다는 게 화주 측 주장이다.
[박준형 기자 / 양연호 기자 /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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