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서, 화물연대 집회 불허…윤 대통령 “노사 자율에 맡겨야”
13년 전 이명박 정부, ‘폭력 시위’ 낙인 총파업 원천봉쇄 ‘데자뷔’
민주노총 “청와대 개방이 소통은 아냐…노동정책 현안 들어야”
공급 중단에 문 닫은 수소 충전소 화물연대 총파업 영향으로 문을 닫은 대전 유성구 학하 수소충전소에 10일 수소 공급이 중단됐다는 안내판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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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총파업에 나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측과 대화하려는 노력이나 대책 마련에는 소극적이면서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도심 집회까지 사전에 불허하면서 노동계에서는 “정부 대응이 이명박 정부 때와 똑같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생존권 보장 등을 촉구하며 지난 7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 화물연대 측은 오는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근처 전쟁기념관 앞에서 ‘안전운임제 확대를 위한 노동시민사회 촛불행동’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지만, 용산경찰서는 지난 8일 노조 측에 집회 불허 통보를 했다. 경찰은 “법원에서 허용한 범위 내 집회가 아니다”라면서 “집회 개최 목적에 비추어 현재 전국적으로 운송거부 중인 화물연대 조합원 다수의 참가가 우려된다”고 이유를 밝혔다.
공공운수노조는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에 허용된 인원(300~500명)을 고려해 ‘500명 이내 규모’로 명시해 신고했음에도 경찰이 일방적이고 허구적인 추정으로 불허했다”며 “이는 윤석열 정부가 현재 펼치는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막무가내 탄압의 연장선상으로 ‘자신과 다른 목소리’는 듣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 제기를 검토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노사문제는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면서 “정부는 법과 원칙, 중립성을 가져야 노사 간 원만한 문제를 풀어나갈 역량이 축적된다”고 말했다.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안전운임제 해결은 노동정책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사안인데, 노사 간 문제로 한정하고 법과 원칙만 재차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에도 “대화해서 풀 수 있는 것은 풀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법을 위반해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번 총파업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인식과 대처는 10여년 전 이명박 정부 때와 ‘판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009년 5월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촉구한 건설노조와 화물연대의 총파업에 앞서 정부가 도심 대규모 집회를 원칙적으로 불허했던 때와 비슷한 양상이라는 것이다. 당시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부처 장관회의에서 법무부와 경찰청은 불법·폭력 시위가 예상되는 도심 대규모 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대응은 장관회의 하루 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의 국가브랜드를 떨어뜨리는 폭력시위는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는 언급 이후 나왔다. 당시 민주노총은 “집회를 허가제로 운영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13년 전 정부가 노동자들 파업의 원인은 외면한 채 통제에만 초점을 맞췄던 대응 방식이 2022년에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이 집무실을 옮긴 큰 이유가 국민과의 소통 아니었나. 단순히 청와대를 개방했다고 해서 소통이 아니다. 집회 불허는 결국 말로만 소통이고 민감한 현안을 듣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집회 불허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리를 심각하게 제약하는 것으로, 과거로의 퇴행”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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