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8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전운임제가 올해 말 일몰되면 다시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투쟁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고 말했다.
앞서 화물연대는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등을 두고 정부와 교섭을 벌여왔으나 진척이 없자 전날 0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대정부 요구안으로는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 전차종·전품목 확대 ▲운송료 인상 ▲지입제 폐지 ▲노동기본권 확대 등 5가지를 내세웠다.
이 가운데 파업의 명분이 된 쟁점은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와 적용 품목 확대다. 안전운임제는 과로·과적·과속을 막기 위해 화물노동자의 최소 임금을 보장하고, 그보다 낮은 운임을 주는 화주에게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하는 제도다.
2017년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추진됐으나 시장 혼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3년 일몰제로 운영하고 컨테이너·시멘트 품목에만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최근 유가 급등으로 화물노동자들이 수백만원의 유류비를 지출하자 화물연대는 안전운임 일몰제를 폐지하고 모든 차량에 적용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기자 = 이봉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국민 안전에 일몰은 없다! 화물연대 총파업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6.08 hwang@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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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리터당 2028원으로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6월 평균 가격(1374원)보다 47.6% 상승했다. 지난달 11일에는 휘발유 가격을 역전한데 이어 같은달 24일 사상 처음으로 2000원대를 돌파했다.
이에 화물연대는 이달 2일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만나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등을 논의했으나 이렇다 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는 1년 넘게 이어진 화물연대 문제해결 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논의 역시 미뤄왔다"며 "오히려 총파업을 부추긴 것은 정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희의 입장은 명확하다.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를 약속하거나 폐지한다면 그 이후 발전 방안에 대해 모든 것을 열어놓고 논의할 수 있다"며 " 그 약속이 되지 않는다면 총파업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대화에는 대화로, 탄압에는 투쟁으로' 노정관계 악화 우려
안전운임 테스크포스(TF)를 통해 대화하자는 국토부의 입장에 대해선 "이제와서 이해 당사자들이 모여서 논의하자는 건 이미 국토부에 부여된 책무를 방기하겠다는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 위원장은 "원래 순서대로라면 국토부 장관이 이해 당사자들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만들어낸 절차를 국회에 보고하고, 안전운임제 연장 여부를 판단해야할 시점"이라며 "이를 차일피일 미루더니 국토부가 국회와의 합의를 깡그리 무시하고 책임을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8년 안전운임제 도입 당시 국회는 일몰 1년 전 국토부 장관이 안전운임제 시행·효과 결과를 분석해 국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하지만 일몰 시한을 6개월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정부와 국회가 안전운임제에 대한 적극적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게 화물연대의 주장이다.
[의왕=뉴스핌] 윤창빈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안전운임 일몰제 페지, 기름값 급등에 따른 생존권 보장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한 7일 오후 경기 의왕시 의왕ICD 제1터미널에 화물차들이 멈춰있다. 2022.06.07 pangbin@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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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위원장은 정부가 안전운임 일몰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을 경우 전국의 자동차 생산라인을 멈추겠다고 경고했다.
이 위원장은 "부산항 80%,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 95%, 평택항 95%, 광양항 100% 정도 물동량이 멈췄다"고 현장 상황을 전한 뒤 "국토부에서 당장 현장 피해가 없다는 것은 상황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저희는 국민들에게 욕 안 먹고, 정부가 바뀌기를 바랬지만 점점 하는 행태가 탄압으로 나가고 있어서 투쟁 수위를 높일 수 밖에 없다"며 "조만간 전국 자동차 생산라인을 멈추고 그것도 안되면 유통물류도 완벽하게 세울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다.
더 나아가 "애초 파업대오를 약화시킬 것 같았으면 파업을 하지도 않았다"며 "정부가 강하게 나가면 저희도 똑같이 강하게 나가겠다. '대화에는 대화로, 탄압에는 투쟁으로'의 화물연대 전통을 그대로 가져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파업에 참여하는 화물연대 조합원은 2만5000명으로 전체 화물노동자(42만명)의 6% 수준이나 시멘트와 컨테이터 화물차 비중이 높아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물류대란은 불가피하다. 이 위원장은 "이번 총파업은 개인의 이익과 이권이 아닌 국민의 안전을 위한 파업"이라며 "국민의 지지와 응원을 거듭 부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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