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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화물연대 총파업

[르포] 화물연대 총파업 첫날, "당장 내일 공장 문 닫아야"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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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화물연대 총파업 돌입
의왕기지엔 현수막 내건 트럭만
시멘트업계 "출하량, 매출 모두 제로"
레미콘, 건설업계에도 파장 일파만파
한국일보

화물연대 총파업이 시작된 7일, 경기 의왕시에 있는 한 시멘트공장 앞에 BCT 차량 한 대가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를 주장하는 현수막을 걸고 서 있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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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시작한 7일 오전, 시멘트공장 7곳이 시멘트를 저장해 수도권 각지로 공급하는 경기 의왕유통기지 내 한 시멘트공장 앞. 원래대로라면 벌크시멘트 트레일러(BCT) 차량들이 시멘트를 받기 위해 저장고(사일로) 밑에서 줄지어 서 있어야 하지만 이날은 운행 중인 차량이 한 대도 없었다. 공장 앞에는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전차종 전품목 확대!'라는 현수막을 내건 BCT 차량 한 대가 서 있었다.

공장 입구에는 BCT 기사 세 명이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쓰인 천막에서 시위를 하고 있었다. BCT 차량을 10년간 운전했다는 김모(70)씨는 "원래는 새벽 2시까지 운행하지만 오늘은 아침 7시부터 나와 시위 중"이라며 "의왕기지 상주 차량만 60대에 총 200~300대 차량이 돌아다녀야 하는데 BCT 기사들이 모두 파업에 나서 운행 차량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파업엔 화물연대에 소속되지 않은 기사들도 참여했다. 천막에 있던 이인성(69)씨는 "조합원이 아니어도 안전운임제 확대를 위해 나왔다"고 강조했다. 현재 조합원인 BCT 기사들은 600명 정도지만 비소속 기사도 파업에 참여해 규모가 더 클 것이라는 게 화물연대의 설명이다. 전국의 BCT 차량은 2,700여 대로 집계된다.

시멘트업계 "하루 평균 2,500~3,000톤 출하하는데..." 파업으로 올스톱

한국일보

7일 시멘트공장 내 시멘트를 저장하는 사일로 밑 차량 대기 공간이 비어 있다. BCT 차량은 이곳에서 사일로에 저장된 시멘트를 내려 받는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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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CT 차량 기사들이 파업에 돌입하면서 시멘트업계는 공급 차질을 빚고 있다. 의왕기지 내 한 시멘트 공장 출하 담당자는 "일평균 2,500~3,000톤의 시멘트를 출하해야 하는데 오늘은 차량이 한 대도 안 와서 출하량, 매출 모두 제로"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시멘트공장 담당자는 "BCT를 대체할 수송 능력이 없어 공급망이 아예 마비된 상태"라며 "거래처만 100곳이 넘는데 레미콘업체부터 보도블록, 옹벽업체 등 소규모 업체들까지 다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레미콘업계 "당장 내일 공장 문 닫아야" 건설사도 "장기화하면 현장 공사 중단"

한국일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화물차 안전운임제 확대와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7일 경기 의왕시 의왕유통기지 내에 있는 한라시멘트공장 앞에 운행을 멈춘 트럭들이 주차돼 있다. 의왕=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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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를 원료로 쓰는 레미콘업계도 타격을 받고 있다. 한 중소 레미콘 회사 관계자는 "오늘 시멘트는 아예 못 받았고, 하루에 2,000㎥의 레미콘을 생산해야 하는데 남은 게 300㎥뿐이라 당장 내일 공장을 세우게 생겼다"며 "내일 진행할 공사만 20곳인데 공사를 할 수 없다고 전화를 돌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건설사들도 레미콘 공급 차질로 비상이 걸렸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시멘트 공급이 안 되면 레미콘 생산도 멈추고 건설 현장의 골조 공사도 중단된다"며 "길어야 일주일 정도 버틸 물량을 확보해 뒀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공기 연장 등 현장에 상당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는 파업에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난감한 표정이다. 시멘트공장 관계자는 "BCT 없이 시멘트 운송은 어렵다"며 "파업이 얼른 끝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건설사 관계자 또한 "차가 멈추면 손쓸 방법이 없다"며 "정부가 하루빨리 해결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호소했다.


의왕= 서현정 기자 hyu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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