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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화물연대 총파업

"소주 없어서 여름장사 망할라"…화물연대 파업에 사장님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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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하수민 기자, 김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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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 편의점 사장 이덕세씨(62)는 물량공급이 우려된다는 본사의 공문을 보고 소주 한 박스씩 여유 있게 발주를 넣었다. 창고가 꽉 차 매장 안으로 소주 상장 /사진=하수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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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도 좁은데 미리 주문해서 쌓아둘 수도 없고 곤란하죠."

서울 종로구에서 ㄱ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모씨(62)가 앞으로 닥칠 물류 대란을 걱정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씨의 편의점에는 종로구 탑골공원에 방문하는 노인들이 주로 와서 소주 1~2병씩을 사들고 간다.

이씨는 "본사가 주류 공급이 어려워질 것이니 미리 물량을 넉넉하게 발주하라는 공문을 지난주 주말에 내렸다"며 "앞으로는 발주 개수 제한이 걸려 주문을 많이 하고 싶어도 주문을 넣지 못할텐데 그렇게 되면 소주랑 맥주는 그냥 못팔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주들이 7일 자정부터 총파업에 돌입하며 주류 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편의점, 술집, 식당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화물연대 파업의 파장이 자칫 가게 매출에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하는 목소리를 쏟아냈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은 지난 4일부터 하이트진로 소주 참이슬과 참이슬 오리지널, 진로이즈백에 대한 발주를 제한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 4일부터 병 제품은 1박스(총 30개)씩, 페트병 제품은 10개씩만 발주할 수 있도록 했다"며 "물량 공급난이 심해지지 않게 선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화물차주의 파업으로 운송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이천공장과 청주공장의 생산 물량이 하이트진로 전체 소주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관련 업계는 화물연대의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주류 대란'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현재 이천·청주공장은 정상 가동하고 있지만 평시 대비 주류 출고율은 약 38% 수준"이라며 "차량을 수배해서 배송을 위탁하거나 제3의 업체에 운송을 의뢰해 공급 지연 사태를 막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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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한 7일 오전 경기 의왕시 의왕ICD제1터미널 앞에서 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 노조원들이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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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해제로 맞은 성수기에 들떴던 자영업자는 파업 장기화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최규삼씨(52)는 "연말인 12월 다음으로 장사가 잘되는게 여름"이라며 "한 달에 두 번씩 소주 5박스 맥주 10박스 정도 주문하는데, 주변에서도 겁이나서 평소에 비해 미리 주문을 많이 하는 것을 보면 다음에 우리 가게에서 원하는 만큼 주문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했다.

이어 최씨는 "주류가 전체 매출에 약 20%를 차지하는데 지금 확보해놓은 일주일치가 다 떨어지면 어떻게 될 지 걱정"이라며 "각 손님마다 원하는 술 종류가 따로 있는데 물량 확보가 안되면 그 술이 없으니 다른 것을 마시라고 아쉬운 소리를 해야하는 것도 자영업자의 몫"이라고 말했다.

중간에서 주류를 공급하는 도매상들도 물량부족인 이제부터 본격화 될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각 영업장에 주류를 납품하는 도매업자 A씨의 도매업장에는 하루에 소주 3.5톤을 채우는 탑차 한 대와 맥주 5톤정도를 채우는 탑차 두 대가 매일 오갔다. 하지만 물류 공급이 원할하지 않은 현재는 창고에 구비해둔 재고를 소진하고있다.

A씨는 "현재 각 도매장 창고에 있는 재고를 소진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것도 하루 이틀 만에 다 소진될 것"이라며 "회사에서 직접 이천까지 가서 물량을 싣고 오는데 지금 차의 중량 제한때문에 원하는 물량만큼을 못 싣고 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래는 정기 노선 화물차들이 도매장까지 왔었는데 이제는 직접 가야하는 번거로움까지 늘었다"며 "시간적인 여유는 없는데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은 이전보다 턱없이 부족하다보니까 매출에도 타격이 있는편"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는 이날 오전 10시 전국 16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총파업 출정식을 가졌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안전운임 전 차종·전 품목 확대 △운송료 인상 △지입제 폐지 △노동기본권 확대 및 산재보험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운송에 들어가는 최소한의 비용보다 낮은 운임을 지급하는 경우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2020년부터 3년 일몰제로 도입돼 올해 종료되는데 화물연대는 상설화를 요구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특히 최근 경유가가 리터당 2000원을 돌파하면서 화물 노동자들이 매달 유류비가 수백만원 추가 지출되고 있지만 법제도적 안전망이 갖춰지지 않아 생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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