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예고한 화물연대, ‘안전운임제’ 뭐길래…정부 “불법행위 땐 엄정조치”

화물연대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숭례문 앞 도로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촉구하며 오는 7일부터 무기한 전면 총파업을 예고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첫 대규모 파업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파업 시작 전부터 강경대응 뜻을 밝히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파업에 대한 정부 대응은 향후 5년간 노·정 관계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 파업, 왜

화물차 안전운임제도는 2018년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 이후 2020년 1월1일부터 시행됐다. 화물 차주의 낮은 운임으로 인한 운송서비스 품질저하, 과속 및 과로에 의한 사고발생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다. 안전운임제에 따라 화주는 화물 차주에게 안전운송운임 이상의 운임을 지급해야 한다. 일종의 최저임금 역할을 한다. 다만 ‘2022년 12월31일까지 효력을 가진다’는 유효기간 조항이 포함됐다. 화주와 운수사업자들의 반발 때문이었다. 적용대상은 ‘특수자동차(트랙터)로 운송되는 수출입 컨테이너 및 시멘트 2개 품목’으로 한정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도가 유효기간인 올 연말 이후에도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화물연대는 또한 안전운임 적용 대상이 철강, 일반화물, 유통, 택배 등 화물운송시장 내 다른 차종·품목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지난해 1월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일몰조항 삭제를 담은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는데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화물연대와 소통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화물연대는 지난해 말에도 정부·국회의 미온적 태도에 한 차례 총파업을 열었지만 뚜렷한 결론을 얻지 못했다.

■안전운임제 효과는

5일 경향신문이 국토교통부 의뢰로 한국교통연구원에서 조사한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 안전운임제도 시행 후 교통사고 발생건수·부상자 수 감소, 근로여건 개선 등 일부 효과가 확인됐다. 연구원은 지난해 7월부터 한달 동안 화주 100개 업체, 운수사업자 105개 업체, 차주 400명(컨테이너 차주 300명, 시멘트 차주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사업용 특수자동차의 교통사고 건수는 1065건으로 2019년(1092건) 대비 2.5% 줄었다. 부상자 수는 1575명으로 2019년(1681명) 대비 6.3% 줄었다. 다만 사망자 수는 1명 더 늘어난 37명이었다. 특히 안전운임 적용 대상인 컨테이너·시멘트 트랙터가 포함된 ‘사업용 견인형 특수자동차’의 교통사고 건수도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장기간 운행 비율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컨테이너 화물 차주가 하루 12시간 이상 운행하는 비율은 2019년 29.1%에서 2020년 1.4%로, 시멘트 화물 차주는 50%에서 27.4%로 줄었다. 저단가 운임경쟁도 완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용 특수자동차의 과적 단속건수는 2019년 7502건에서 2020년 7404건으로 98건 줄었다. 과속 단속건수는 2020년 224건으로 2019년(220건)보다 4건 늘었다. 연구원은 이 조사가 추후 ‘사업용 견인형 특수자동차’로 한정해 추가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 연구와 별개로 화물연대본부·한국안전운임연구단이 사업용 견인형 특수자동차의 화물 차주 4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제도 시행 후 과적 경험은 15.3%포인트 줄었고, 과속 경험은 12.8%포인트 줄었다.

■향후 노·정관계는

화물연대는 16개 지역본부별로 동시다발적으로 7일 0시를 기해 총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전국 화물노동자는 약 42만명으로, 이중 상당수가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첫 대규모 파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새 정부가 발표한 국정과제가 친기업 정책에 맞춰진 점에 비춰볼 때 화물 안전운임제도의 폐기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번 파업을 ‘안전운임제 사수와 전면확대’를 목표로 하는 “사실상 대정부 파업”이라고도 했다.

정부가 총파업을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향후 노정관계를 가늠해볼 수 있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국정현안 점검 관계 장관회의에서 화물연대 파업 예고와 관련해 “정부도 원만한 해결을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면서도 “운송을 방해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도 “불법행위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끝까지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며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하는 경우 화물운송 종사자격을 취소하는 등 강력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동조합에 대한 기조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는 권위주의적인 보수 정부의 시각이 투영될 것으로 예상돼 우려된다”며 “노동자의 권리행사는 헌법의 기본권이다. 노동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원인에 집중하기 보다 일부 행동에서 ‘법치주의’를 내세워 문제를 삼고 공권력을 투입한다면 노정문제나 노사문제는 다시 과거로 회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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