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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사상 최고 139달러 경신할수도"…유가 고공행진 할 3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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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發 고유가 ◆

매일경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유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상하이와 베이징 등 대도시 봉쇄 완화가 유가 상승을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매경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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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00일을 넘긴 가운데 국제유가도 고공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다.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모두 120달러를 돌파했다. 전 세계가 1970년대 오일쇼크를 뛰어넘는 위험에 놓여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산유국이 증산에 나서고 있지만 유가 오름세를 진정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WTI는 시간 외 거래에서 전날보다 2.90% 오른 배럴당 120.26달러로 마감됐다. 영국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8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시간 외 거래에서 전날보다 2.95% 상승한 배럴당 121.08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중국 상하이 봉쇄 영향으로 3월 한때 100달러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러시아산 원유 공급 차질로 유가가 꾸준히 올랐다. 여기에다 최근 중국이 상하이와 베이징 등 대도시 봉쇄를 점진적으로 해제하고 있다는 점도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주요 산유국이 공급을 단계적으로 늘릴 것이란 기대도 어긋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는 전 세계 석유 공급의 14%를 담당했다. IEA는 러시아가 4월에만 하루 100만배럴 가까이 감산했다면서 올 하반기 제재로 인한 감산 규모가 하루 300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가 최근 7월과 8월 하루 64만8000배럴을 증산하겠다고 합의한 양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OPEC+가 부족분을 생산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 역시 제기된다. 최근 수년간 탄소를 줄이기 위한 화석연료 퇴출 기조로 OPEC 핵심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조차 석유 생산시설 투자가 크게 위축된 터라 증산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오바니 스타오노보 UBS 전략가는 "상당수 OPEC+ 회원국이 이미 산유량 한계에 직면해 있다"며 "합의한 증산 목표의 절반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제재 중인 이란과의 핵협상으로 돌파구를 찾지 않는 한 단기간에 공급을 늘려 유가를 떨어뜨릴 '묘수'는 찾기 어려운 상태다. 워런 패터슨 ING 상품전략 책임자도 "(OPEC) 공급 증대는 겉으로는 커 보이지만 실제로 생산 목표를 채울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석유대란을 부채질한 러시아가 오히려 고유가를 즐기고 있다는 점도 러시아산 석유 수입 제재를 주도한 미국과 유럽을 좌절하게 한다. 마이크 위스 셰브론 최고경영자(CEO)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제재 확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여전히 석유 본거지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도 "서방 석유회사 이탈로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고 생산량 감소를 겪었던 이란이나 베네수엘라와 마찬가지로 해외 투자·기술에서 단절되면 생산능력 저하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서방 제재에도 대체 수요 국가를 찾아 큰 충격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4일(현지시간) 보스니아 방송 인터뷰에서 "올해 러시아의 에너지원 수출 실적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며 "서방 정책으로 형성된 유가 수준을 고려하면 러시아는 아무런 손실을 입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중국 등 대체 수요지를 찾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일반적으로 석유는 정치 영역이 아니다"며 "석유는 수요가 있고 대체할 시장도 있어 이런 곳에서는 이미 판매량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 석유를 대체하기 위해 다른 산유국에서 수입 물량을 늘리고 있지만 그에 비례해 국제유가는 오름세가 굳어지고 있다. 지난 2월 말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의 앙골라 석유 수입은 3배 증가했고 브라질과 이라크 석유 수입도 각각 50%, 40%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고유가와 인플레이션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동 방문이 늦어질 것이란 보도도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이달 유럽을 방문한 이후 곧바로 이스라엘과 중동을 찾을 계획이었지만 7월 이후로 계획이 늦춰지는 분위기다.

5일 이스라엘 언론에서는 중동 방문 연기 가능성에 이어 무산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는 이스라엘 정부의 연정에 위기 상황이 발생해 바이든의 방문이 자칫 정치적인 지지로 해석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이번 중동 방문은 이스라엘보다는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에 무게가 실려 있어 방문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이동인 기자 /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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