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잡기에 비상이 걸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껄끄러운 관계였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을 추진한다. 치솟는 유가를 잡기 위해 주요 산유국 모임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이끄는 사우디와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달 예정된 유럽과 이스라엘 순방 일정에 사우디를 추가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OPEC과 비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원유 증산을 발표한 가운데 이러한 소식이 전해졌다. 인권을 강조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2018년 10월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에서 살해된 사건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초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 암살을 승인했다는 미국 국가정보국(DNI)의 기밀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양측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맞물려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국제유가를 잡기 위해서는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미국이 관계를 개선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바이든 대통령은 무함마드 왕세자와 통화를 추진했지만 사우디의 거부로 무산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예멘 내전의 임시 휴전이 두 달 연장된 것과 관련해 성명을 내고 "사우디가 용기 있는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OPEC+의 원유 증산에 관해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사우디의 역할을 인정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 방문을 두고 현실 정치가 도덕적 분노를 상대로 승리한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과 무함마드 왕세자 간 만남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있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에너지 가격을 급등시키자 결국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OPEC+의 추가 증산 합의 소식에도 7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61달러(1.39%) 오른 배럴당 116.87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앞서 OPEC+ 회원국들은 정례회의를 열고 오는 7월과 8월에 걸쳐 하루 64만8000배럴씩 증산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기존 증산량인 하루 43만2000배럴 대비 50%가량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러시아의 원유 공급량이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하루 100만배럴씩 감소한 탓이다. 제프 커리 골드만삭스 원자재 리서치 글로벌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이번 증산 계획은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는 발표"라고 말했다.
미국 내 최우선 정책으로 물가 안정을 내세우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인하까지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과 벌이는 무역분쟁 속에서 중국 수입품 관세 완화에 부정적이었던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대중 관세 구조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세라 비앙키 USTR 부대표는 2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대중국 관세 전반을 다시 살펴보고 있다"며 "관세 인하와 중국의 통상 관행에 대한 새로운 조사 등을 포함해 잠재적인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덕식 기자 / 워싱턴 =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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