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소리꾼 최예나양이 사회복지법인 '따뜻한동행'이 제공한 첨단보조기구로 점자를 읽어나가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최예나양이 이번 거소투표에서 받은 안내문들. 사진 최예나양 어머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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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진짜 어른이 된 것만 같아요.”
생애 첫 지방선거 투표를 마친 시각장애인 소리꾼 최예나(18)양의 소감이다. 고등학교 3학년인 최양은 1일 “내 손으로 누군가를 뽑는다는 사실에 많이 들떴고 책임감도 뒤따른다는 것을 배웠다”며 웃었다. 이번 지방선거는 2019년 공직선거법 개정에 따라 선거 연령이 하향 조정된 뒤 열리는 첫 지방선거다. 2004년 6월 2일 전에 태어난 만 18세 고등학생도 유권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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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투표한 시각장애인 여고생, “투표, 힘들었지만 뿌듯”
최예나양은 '시각장애인 국악신동'으로 소개된다. 사진 오른쪽은 예나양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받은 투표용지들. 사진 최예나양 어머니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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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인 최양은 집에서 우편으로 투표할 수 있는 거소투표 방식으로 6·1 지방선거에 참여했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한다. 최양은 “다른 시각장애인 이야기를 들어보면 투표하러 갔을 때 점자투표용지가 없다거나 투표사무원이 안내자 동행을 막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해서 집에서 투표했다”고 말했다. “투표하러 가서 당황할 일을 겪고 싶지 않았다”는 게 최양 말이다.
지난 2월26일 서울 용산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이 점자가 새겨진 투표보조용구를 확인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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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거소투표에서도 난항이 많았다고 한다. 시각장애인은 선관위에서 보내준 점자형 투표보조용구를 이용해 투표한다. 후보자 이름이 점자로 표기된 투표보조용구에 일반 투표용지를 끼운 뒤 지지하는 후보자의 자리에 투표 도장을 찍는 방식이다. 투표용지가 6장에 이르다 보니 어머니의 도움이 없이는 투표를 제대로 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최양은 “투표를 많이 해봤다면 수월했을 텐데 첫 투표다 보니 이래저래 서툴렀다”고 말했다.
처음 치르는 지방선거인데다 교육감 선거나 비례대표 등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어머니가 하나하나 말로 설명해줬다고 한다. 최양이 투표하는데 1시간 넘게 걸린 이유다. 번거로운 과정이었지만, 최양은 “나도 사회에 한 일원이 됐다”고 설레는 목소리로 말했다. 최양은 “장애인이나 비장애인이 다 같이 어울려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을 뽑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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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치는 기분” 장애인에겐 여전히 어려운 투표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열린 1일 오전 광주 북구 임동 제2투표소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투표소로 향하는 경사로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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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애인체육회 탁구팀 소속 김학진(36)씨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힘겹게 투표를 했다. 사지 마비 장애가 있는 그는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는 일조차 버거웠다고 한다. “두손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아 투표소에 비치된 도장을 투표용지로 옮겨오는 과정부터 불편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지방선거는 투표용지는 많은데 칸은 좁아 장애인이 찍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손의 움직임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도장이 칸 밖으로 삐져나올까 봐 두려움을 느끼며 투표했다고 한다. 그는 “심혈을 기울여 찍다 보니 7장 용지가 시험을 치는 것 같았다”고 했다.
험난한 시험 같은 투표소에 나온 이유를 묻자 “당연한 일”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씨는 “국민 한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장애인에게는 투표조차도 어려운 게 현실이지만, 달라질 사회를 기대하며 투표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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