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화력·추진력 갖춘 교계의 '일꾼'…세계 첫 백신나눔운동 시작
2014년 교황 방한 가교 역할…교황과 깊이 소통·신임 두터워
임지 로마에 도착한 유흥식 대주교 |
(바티칸=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한국 천주교 사상 네 번째 추기경이 된 유흥식(70) 라자로 대주교는 한국 천주교는 물론 교황청의 '일꾼'으로 알려진 성직자다.
작년 7월 한국 천주교 사상 처음으로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으로 취임한 이래 전 세계 50만 명에 달하는 사제·부제의 직무·생활을 관장하는 업무를 무난하게 잘 수행해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줄곧 이탈리아 출신 장관이 도맡아온 일을 아시아 출신 성직자가 넘겨받은 데 대해 교황청 안팎에서 일부 우려도 있었으나 특유의 성실함과 친화력으로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유 추기경은 한발 더 나아가 불필요하고 잘못된 업무 관행을 개선하고 조직을 능률적으로 탈바꿈시키는 데도 일조했다.
취임 직후 장관실을 모든 직원에게 개방하고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도록 한 것도 교황청 관행상 보기 어려웠던 풍경이다.
로마에 있는 한 한국 사제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성직자성 장관실에 들어가 봤다며 감격하던 직원도 있었다"고 전했다.
유 추기경은 탁월한 업무 추진력에 더해 이러한 소탈하고 열린 리더십으로 성 내 직원들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물론 그가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교황청에서 자리를 잡은 데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가 바탕이 됐다.
교황은 유 추기경이 대전교구장이던 작년 4월 바티칸을 방문한 그에게 성직자성 장관직을 제안하며 '유 주교의 친화력이면 무슨 일이든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덕담했다고 한다.
한국 천주교에서도 여러 방면에서 활약하며 눈에 띄는 사업 추진력을 보여줬다.
특히 북한을 포함한 저개발국 지원에 남다른 열정과 관심을 두고 실천했다는 평가다.
대전교구장으로 봉직하던 2020년 말 전 세계 교구 중 처음으로 저개발국을 위한 '코로나19 백신 나눔 운동'을 시작한 게 대표 사례다.
백신 나눔 운동은 이후 한국 천주교 교구 전체로 확대됐고 교황청도 어려운 시기 한국 교계의 적극적인 빈곤국 지원 활동에 사의를 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 일에 매우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직접 한국 교계에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한국 천주교 본산인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장(2014∼2018)으로 있을 때는 교황청 산하 비정부기구(NGO)인 국제 카리타스의 한국 대표로 활동하며 대북 지원사업의 가교 구실을 했다.
그는 2005년 9월 북한을 찾아 '씨감자 무균 종자 배양 시설' 축복식을 하는 등 2009년까지 네 차례 북한을 방문했다. 이런 배경에서 한국 교계에서 북한 사정에 가장 정통한 성직자로도 꼽힌다.
또 다른 한국 사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설파하는 평화·환경보호·이주민 포용 등의 문제를 깊이 고민하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이를 실천하는 성직자"라고 평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유 추기경 간의 남다른 친분은 교황청 안팎에서도 익히 알려져 있다.
그는 성직자 장관으로 임명되기 전에도 교황과 가장 가깝게 소통하는 소수의 한국 성직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유 추기경은 대전교구장 때인 2013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처음 만나 인연을 맺었고, 이후 서신을 통해 관계를 이어왔다.
교황이 즉위 이듬해인 2014년 충남 당진 솔뫼성지에서 개최된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를 매개로 한국을 전격 방문한 것도 유 추기경의 초청 서한이 계기가 됐다. 당시 방한은 교황의 해외 사목 방문 일정에 없던 것이어서 더 큰 놀라움을 샀다.
유 추기경은 2014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교황님께 '정말로 한국에 오실 줄 몰랐습니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주교님이 제게 편지를 쓰셨잖아요. 주교님 편지를 읽으면서 '한국에 가야 한다'고 말하는 소리를 마음속 깊은 곳에서 들었다'고 하셨다"는 뒷이야기를 전했다.
유 추기경은 이후 행사 참석차 혹은 개인적으로 매년 한두 차례 바티칸을 방문해 교황을 알현하고 여러 사목 이슈에 대한 깊은 교감을 나눈 것으로 알려져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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