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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단독]"진정한 소통? 밤 11시 실·국 돌아보라"…추경호 부총리에 건넨 익명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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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공감소통' 게시판에 올린 '추경호에 건의' 글 큰 관심

바뀐 MZ공무원 의식·안 바뀐 업무구조 지적하며 '소통' 강조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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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한종수 기자 = 기획재정부 내부 익명게시판 '공감소통'에 최근 "추경호호(號) 기재부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으로 몇 가지 생각을 감히 건의드린다"라는 내용의 게시물이 올라오자 높은 관심과 호응을 얻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취임일인 11일 올린 게시글에서 글쓴이는 20·30대 젊은 세대 공무원들의 바뀐 공직 가치와 보상 의식, 비효율적인 업무 구조가 여전한 문제를 지적하며 변화를 위한 부총리의 진정성 있는 '소통'을 강조했다.

29일 공감소통에 따르면 글쓴이는 취임 당일 추 부총리에게 "아마도 비장한 각오로 첫 출근하셨으리라 짐작한다"고 운을 뗀 후 "우리 경제가 어느 때와 견줘봐도 어려운 형국이라 부총리님의 애타는 심정과 비장함을 이해한다"고 적었다.

글쓴이는 "유감스럽게도, 우리부 어떤 직원도 부총리님만큼은 비장하지 않다. 장수와 졸개의 기개가 어찌 같을 수 있겠나"라며 "국민연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공무원연금을 손에 쥐고 인사 적체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젊은 공무원들에겐 다소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고 '작은 견제구'를 날렸다.

글쓴이는 "요즘 공무원들이 가진 능력, 추구하는 가치, 기대하는 보상이 과거와 많이 다르다"라며 "예전처럼 맹목적 충성을 요구하는 방식으로는 직원들의 단합된 능력치를 최대한 끌어내기 어려우니 이 세대에 속한 공무원을 활용하는 스마트한 용병술을 찾으셔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추경호호' 기재부의 성공과 직원들이 생산적인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일을 줄이고, 회의와 현장 방문을 최소화하고, 젊고 똑똑한 사무관들이 시류에 뒤처져 안주하지 않도록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달라고 건의했다.

글쓴이는 특히 "민간에선 효율성을 고려해 자연 도태될 업무도 공직에서는 인풋(투입)-아웃풋(결과)을 고려하지 않기에 계속 살아남는다"라며 "꼭 필요한 문서를 생산하고 있는지 따져보면 아닌 것들이 꽤 많은데 보고받는 분이 제동을 걸지 않으면 절대 바뀌지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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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식 후 열린 '직원들과의 대화시간'에서 직원들의 질문을 경청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22.5.11/뉴스1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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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부총리가 되어달라"고 강조한 글쓴이는 "소통하시겠다고 젊은 직원들과 회식 자리를 갖는 것은 독이다. 대부분 억지 차출이며 그 자리에서 힐링되는 건 윗사람이지 아랫사람이 아니다"라며 "정말 소통하고 싶으시면 밤 11시쯤 예고 없이 실·국을 다녀봐라"고 권했다.

글쓴이는 "정권의 경제철학을 실천하고 국민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게 부총리님 그리고 기재부의 소명"이라며 "그러나 직원을 갈아 넣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성과는 떳떳하지 못하고 지속가능하지도 않다"며 "'라떼는(꼰대의 언어 '나 때는' 풍자한 말) 이랬어'가 아니라 '라떼는 왜 이런 것까지 했을까?' 하는 의문문에서 시작해야 비로소 소통이 가능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글쓴이는 "'발칙한' 환영인사를 받은 장관도 부총리님이 유일하실 거다. 새로운 변화로 받아주셨으면 한다"라며 "더 나은 성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비장함을 좀 내려놓으시고 부드러운 리더십, 진정성 있는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주시면 좋겠다. 잘 해내시라 믿고 응원한다"고 적었다.

익명게시판 '공감소통'이 좀 더 제대로 작동되길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 글쓴이는 '공감소통'의 창시자가 부총리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10여 년 동안 좀 더 깊이 있는 논의로 나아가지 못하고 단편적인 민원이나 가십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쉽다며 의미 있는 문제 제기와 공감대가 확산하길 바랐다.
jep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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