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첫 정식 국무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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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을 지킨 것으로 이해해 달라."
26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장관 2명과 차관급 1명 등 총 3명의 여성 인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최근 공직 인사에서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공개 발언했는데, 이것이 즉각 행동으로 옮겨졌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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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女장관 2명 인선…대통령실 "약속 지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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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교육부 장관에 박순애 서울대학교 교수(왼쪽 사진부터), 보건복지부 장관에 김승희 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을 지명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 오유경 서울대학교 교수를 임명했다. (대통령실 제공)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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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이날 김인철 후보자 사퇴로 공석이 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정호영 후보자 사퇴로 공석이 된 보건복지부 장관에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와 김승희 전 국회의원을 각각 내정했다. 차관급인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엔 오유경 서울대 약학대학 학장을 임명했다.
현재 윤석열 정부에서 여성 장관은 한화진 환경부 장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3명이다. 박순애·김승희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내각의 여성 장관이 5명으로 늘어난다. 공석인 2개 부처 장관에 모두 여성을 내정한 것은 그간의 윤 대통령의 인선을 봤을 때 파격에 가깝다.
대통령실은 이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날 인선된 장관 후보자의 성별에 관심이 쏠리는 것을 굳이 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최근 김상희 국회부의장님을 만나서 여성이라 평가가 낮았을 수 있단 것을 알게 돼 놀랐다고 했고, 더 많은 여성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킨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만큼 국민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고 최대한 신속하게 국민들의 여론을 행동에 옮기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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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이 변했다? "여성에 과감한 기회 부여" "기회 적극 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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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국회의장단을 접견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병석 국회의장, 윤 대통령, 김상희 국회부의장. (대통령실 제공)/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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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윤 대통령의 다양한 공개 발언에선 젠더 의식의 변화가 포착됐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 21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단과의 접견에서 김상희 국회부의장의 '젠더갈등' 우려를 듣고 "최근 공직 후보자들을 검토하는데 그 중 여성이 있었다. 그 후보자의 평가가 다른 후보자들보다 약간 뒤졌는데, 한 참모가 여성이어서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게 누적돼 그럴 거라고 하더라.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공직 인사에서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 제가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시야가 좁아 그랬던 것 같은데 이제 더 크게 보도록 하겠다" 고 말했다.
이 발언은 윤 대통령이 젠더 갈등 등 사회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음을 스스로 인정하면서 개선 의지를 밝힌 것이어서 주목됐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우리 사회에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발언으로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 입장의) 큰 방향은 계속 같다. 더 많은 여성을 쓰고 싶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강당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마주보며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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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선 윤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포스트(WP) 기자가 한국 내각의 남성 편중 인사에 대한 질문을 받고 "공직 사회에서, 예를 들어 내각의 장관이라고 하면 그 직전 위치까지 여성이 많이 올라오지 못했다"며 "그래서 (여성들에게)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보장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야권에선 "장관에 발탁할 만한 여성이 없었기 때문에 임명을 하지 못했다는 궁색한 변명"이란 비판이 나왔지만 윤 대통령이 여성들에게 적극적인 기회를 보장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의미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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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노력 긍정적, 제도개혁 병행돼야"…'선거 염두'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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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용산집무실에서 취임식에 참석했던 국민대표 20인에게 대통령 기념시계를 선물하고 오찬을 함께 했다. 한팔 보디빌더로 WBC 피트니스 월드바디 클래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김나윤씨에게 시계를 채워주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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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제도개선과 정책적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장기적으로 봐야겠지만 일단 긍정적이다. 정치인들이 자기 생각을 잘 바꾸지 않는데 대통령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말에만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긴 것도 그렇고 좋은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인사의 다양성이 부족했으니 채우겠다는 노력이지만 더 큰 틀에서 봐야 한다"며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이 '이대남' 전략을 폈다면 지방선거를 앞두곤 5·18 기념식과 노무현 추도식 참석 등 중도표심을 공략하는 외연확장 전략을 펴고 있다. 오늘 여성 인선도 그 연장선상"이라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장관 인선도 좋지만 윤 대통령이 말했듯 장관 직전 단계까지 여성이 많이 올라오지 못하는 조직내 구조적 불평등을 개선하려는 제도적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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