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나토, 아무것도 하지 않아... EU는 획기적 결정 중"

쿨레바 외무장관, 다보스 포럼서 발언
러시아는 마리우폴 주민에 러 여권 발급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25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디보스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다보스=AF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 앞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반면 유럽연합(EU)에 대해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결정을 내리고 있다”며 감사를 표했다. 군사 동맹인 나토는 대(對)러시아 항전에서 큰 도움이 없지만 되레 EU가 우크라이나에 여러 도움을 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25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 총회 ‘다보스 포럼’에서 “나토는 하나의 동맹 단체로서, 하나의 기구로서, 완전히 열외이며,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쿨레바 장관은 “전쟁 초기에는 나토가 강세였고, EU는 다양한 수준의 우려를 표현할 수 있을 뿐이라는 여론이 있었다”라며 “하지만 전쟁은 항상 가면을 벗는 시험대”라고 말했다. 일부 나토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있지만 나토 전체적으로는 자국의 가입에 대해 미온적인 입장을 내비치는 등 명확한 도움을 주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반면 EU에 대해서는 분명한 감사 입장을 보였다. 쿨레바 장관은 “우리들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혁명적이고 획기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호평했다. EU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 차례에 걸쳐 러시아에 강력한 제재를 내린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쿨레바 장관은 또 서방의 대러 제재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사람들을 파괴하고 죽이고, 성폭행하고, 고문하는 전쟁 기계에 그들이 투자할 수 있는 돈을 만들도록 두는 것을 중단하라”며 러시아 금수 조치를 거듭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최근 손에 넣은 동남부 격전지 마리우폴 합병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페트로 안드리우셴코 마리우폴 시장보좌관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러시아가 마리우폴에서 러시아 여권을 나눠 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사실상 마리우폴 합병을 시작한 것”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러시아 타스통신 등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와 헤르손 주민의 러시아 시민권 신청 절차를 간소화한다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