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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격 있는 연극 해보자"···6년만에 뭉친 '햄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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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 위기감 속 선·후배 뜻 모아

2016년 공연땐 좌석점유율 100%

전무송·손숙 등 당시 출연진 참여

주인공은 새 얼굴로 분위기 전환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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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극계가 위기감이 높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도 있었고, 한국 연극계에서 최근 들어서 제대로 된 틀을 갖춘 작품을 찾기 어렵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나름 책임감을 갖고, 여기 있는 동료들이 일정하게 짐을 나눠 갖고, 격이 있는 연극을 해 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작 연극 ‘햄릿’은 한국전쟁 당시인 1951년 10월 대구에서 국내 초연한 이래 손으로 꼽을 수도 없을 만큼 숱하게 무대에 올랐다. 특히 2016년 여름 이해랑 선생 탄생 100주년을 맞아 연극계 원로 배우들이 뭉쳐서 만들었던 공연은 연극계 최고 화제를 모으며 무대에 오르는 내내 좌석점유율 100%의 기염을 토했다. 그런 ‘햄릿’이 오는 7월 6년만에 무대에 다시 오른다. 권성덕·전무송·박정자·손숙·정동환·김성녀·유인촌·윤석화·손봉숙 등 당시 출연진도 다시 나온다.

2016년에 이어 다시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손진책 연출가는 25일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다시 공연하게 된 데 대해 “이 배우들을 데리고 성공하지 못하면 죄악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햄릿’을 가로지르는 기본 이미지를 ‘죽음’이라고 말하며 “이번 공연을 ‘죽음 바라보기’의 측면에서 인간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박명성 프로듀서는 “대극장 연극이 실종되다시피한 요즘, 선생님과 후배들 손잡고 연극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을 보탰다.

다만 이번에 올리는 ‘햄릿’은 6년 전보다 한결 젊어졌다. 주요 배역을 연기했던 원로배우들은 이번엔 조연이나 앙상블 역할을 맡으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과거 햄릿 역할만 6번이나 연기했던 유인촌은 이번에는 주인공과 대립하는 비정한 숙부 클로디어스 역할을 맡았다. 가장 연장자인 권성덕은 무덤파기2와 사제 역할을 한다. 6년 전 각각 여주인공 오필리어, 모사꾼 폴로니어스, 거트루드 왕비를 맡은 윤석화, 박정자, 손숙은 유랑극단 배우 1·2·3 역할로 나온다. 하지만 이들 배우에겐 역할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전무송은 “이번이 네 번째로 ‘햄릿’에 참여하는데 굉장히 운이 좋다 생각한다.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권성덕은 “힘이 많이 달릴 것 같아 걱정했는데, 이번이 마지막 무대라 생각하고 열심히 해보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6년 전 공연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이벤트였기 때문에 원로 배우들이 극중에서 연극을 다시 올린다는 극중극 콘셉트로 주요 역할을 연기했지만, 이번엔 다시 정통 햄릿으로 돌아갔다. 햄릿을 비롯해 오필리어, 레어티스, 호레이쇼 등 주요 배역은 젊은 배우들이 채웠다. 햄릿은 뮤지컬 ‘썸씽로튼’, 연극 ‘아트’의 강필석, 오필리어는 뮤지컬 ‘레베카’ ‘레미제라블’의 박지연이 맡았다. 또 다른 주인공인 레어티스는 박건형이 맡는다. 무대에 누를 끼치지 않겠다는 부담은 커 보였지만,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연습할 때마다 정신이 우주로 간다”는 강필석은 “처음 대본을 리딩하는데 대사를 섞을 수가 없었다. 한없이 긴장되는데 좋은 공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7월13일부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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