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fn스트리트] 독일 궁정가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파이낸셜뉴스

22일 독일 쾰른 오페라 극장에서 열린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의 '궁정가수(KS)' 수여식. 사진=아트앤아티스트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독일 낭만파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에게 가장 행복했던 시간은 1840년이었을 것이다. 앞서 슈만은 당대 최고 피아노 교사이던 프리드리히 비크 문하에서 공부하다 그의 딸 클라라와 열렬한 사랑에 빠진다. 스승은 결사 반대했다. 2년여 지루한 소송 끝에 승락을 받은 것이 그해였다.

슈만의 음악적 유산은 이 무렵 쏟아져 나왔다. 하이네의 시에 곡을 붙인 최고 걸작 '시인의 사랑'도 그 시절 작품이다. "라인 강에, 거룩한 흐름에 거기 물결 위로 비치네. 위대한 쾰른 대성당과 함께 크고 거룩한 쾰른이…" 하이네의 실연의 아픔이 담긴 구절로, 전체 16곡 중 6곡에 해당한다. 피아노 오른손의 아르페지오는 라인강 물결을, 왼손의 지속음은 쾰른 대성당의 오르간 소리를 상징하듯 슈만은 선율을 입혔다.

라인강변의 2000년된 고도 쾰른은 베를린, 함부르크, 뮌헨에 이어 독일 4대 도시로 꼽힌다. 훗날 프랑스로 이주해 '호프만의 이야기'등을 남긴 자크 오펜바흐도 쾰른 출신이다. 그의 이름을 넣은 오펜바흐 광장은 시내 한복판에 있다. 주변엔 수백개 미술관, 박물관이 숨어있다. 20세기 독보적인 판화가 케테 콜비츠 작품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장한 곳 역시 쾰른이다.

22일(현지시간) 쾰른 오페라극장에서 한국인 성악가 사무엘 윤이 독일어권 최고 성악가에게 부여되는 캄머쟁어(궁정가수) 칭호를 받았다. 캄머쟁어는 과거 왕정시대 기량이 특출난 성악가에게 왕이 수여하며 시작된 칭호다. 지금은 주정부에서 여러 공적을 판단해 부여한다. 전설의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는 1963년 베를린,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1989년 함부르크에서 칭호를 받았다.

사무엘 윤은 '라트라비아타'의 주인공 친구 하인 역으로 데뷔해 쾰른 극장에서만 23년을 보냈다. 쾰른에 오기 전엔 독일어 한마디도 못하는 이탈리아 유학생이었다. 콩쿠르엔 열번도 넘게 떨어졌다. 시련 끝에 거머쥔 칭호가 그래서 더 값져 보인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