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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인권 너머 일상 속 차별까지…지워진 사람들의 가려진 문제 해결”[6·1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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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곽수진 서울 관악구의원 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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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세아 경기도의원 비례대표 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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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재 서울시의원 비례대표 출마


이성애 가족 중시하는 사회, 노동·의료·복지 등에서도 소외
법령·정책 수립 과정서 ‘인권영향평가 확대’ 한목소리
인권교육 시행·탈가정 성소수자 청년 지원 대책 등도 공약으로
성소수자의 지방의회 입성은 다양성 보장하는 첫걸음

대선 연장전으로 불리는 6·1 지방선거에서 ‘지워진 사람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출마한 후보들이 있다. 정의당 소속 곽수진(37·서울 관악구의원 사선거구)·류세아(31·경기도의원 비례대표)·오승재(24·서울시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이들은 성소수자다. 이들은 각각 지난 19일 전화 인터뷰에서 찬반에 갇힌 성소수자 의제를 의료·교육·노동 등 구체적인 삶으로 확장해 지역에서부터 차별을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오승재 후보는 동성애자다. 그는 2017년 대선 후보 TV토론을 보고 정치를 하기로 결심했다.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동성애 반대 등 공개적으로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하는 것을 보고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도돌이표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오 후보는 “성소수자 문제는 인권으로만 다뤄진다. 정체성으로 인해 노동, 의료, 복지 등 삶에서 차별당하는 문제들은 지워지고 있다”며 “이 문제를 절박하게 느끼는 당사자들이 해결 방안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실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세아 후보는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이 정치 참여의 기점이 됐다고 말한다. 트랜스젠더인 그는 자신과 같은 소수자를 지키기 위해 시민단체 및 정당 활동을 시작했다. 류 후보의 슬로건은 ‘당신의 존엄은 일상 곁에’이다. 그는 “나와 같은 사람이 가까운 곳에도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곽수진 후보는 구의회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성소수자 주민이 마음 놓고 자신 그대로 존재할 수 있는 마을은 아직 멀기만 하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슬로건은 ‘관악을 꽉 잡아! 당신과 닮은 구의원’이다. 곽 후보는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 부위원장’ 이력이 적힌 명함을 직접 나눠주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일부 교회 관계자들로부터 “논쟁적이고 환영받지 못할 이력을 왜 넣었냐. 빼라”는 말도 들었다.

세 후보는 모두 ‘인권영향평가 확대’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인권영향평가 제도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법령, 정책 등을 수립·시행하는 과정에서 해당 정책이 인권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분석·평가하는 제도다.

류 후보는 “정책을 입안할 때 남성·여성 외에 다른 성이라든지, 이성애 기반의 결혼 외에 다른 형태의 가족은 없는 것처럼 취급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보건의료 차별 실태 조사 실시, 공공보건의료 종사자·공무원 인권교육 시행, 성소수자 의료 지원 확대 등을 공약했다. 오 후보는 성별 표기가 불필요한 민원 서식의 경우 성별 표기를 없애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곽 후보는 탈가정 성소수자 청년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5년간 청소년 지원기관에서 성소수자 관련 직무교육을 단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고 청소년 성소수자 상담 실적이 민간단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며 “청소년 쉼터 종사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과 매뉴얼 마련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후보들은 지방선거에서 소수자 의제가 지워지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곽 후보는 “신림선이 오는 28일 개통하면서 관악구에서도 재개발 이슈가 다른 의제들을 잠식하고 있다”며 “신림동에 퀴어 상권이 새로 생기는 이유도 성소수자들이 (집값 때문에 관악구로) 밀려오는 부분도 있다고 보는데 또 이들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밀어달라고 하고 민주당은 심판자 대신 일꾼을 뽑아달라고 하니, 그 사이에서 소외된 의제에 대해 힘주어 말해야 하는 입장에선 굉장히 좌절스럽다”고 말했다.

이들은 성소수자의 지방의회 입성이 다양성을 보장하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류 후보는 “사회적 소수자 한 명이 의회에 들어간다고 해서 바로 크게 바뀌지는 않지만, 한 명으로 인해 점진적으로 바뀌어갈 세상은 모두에게 좋은 세상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취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안전하고 존엄하면 모든 사회가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간판만 고려하지 말고 사회적 가치를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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