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방문자 수만 명…여기저기서 '콜록콜록' 집단감염 우려도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개막한 제75회 칸국제영화제 현장 |
(칸[프랑스]=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영화를 관람하시는 동안에는 관객 여러분께 마스크를 쓰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진출작 등을 상영하는 드뷔시 극장에서는 22일(현지시간) 상영 전 이런 안내가 나왔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니라 '권고' 사항이다.
개막 일주일을 맞은 칸영화제 현장은 이미 '엔데믹'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다.
레드카펫을 밟는 배우들은 물론이고 일반 관객과 취재진, 영화계 관계자 대부분이 극장 안팎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이었다.
칸 시내의 식당, 술집, 슈퍼마켓 등을 찾은 관광객들 역시 마스크를 쓴 사람을 찾는 게 어려울 정도였다. 길을 걸으며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 사람도 많았다.
호텔 안에서 열리는 각종 영화계 행사에서는 뷔페 음식이 차려졌고, 참석자들은 좁은 복도에서 다닥다닥 붙어 술과 음식을 즐겼다.
프랑스는 최근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2년 만에 해제하는 등 코로나19를 풍토병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코로나19로 지난 2년간 정상적으로 열리지 못했던 칸영화제는 올해를 엔데믹의 첫해로 보고, 제약 없이 자유롭게 영화인들이 어울릴 수 있는 자리를 깔아준 듯한 모습이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가 열리는 드뷔시 극장을 찾은 관객들 |
그러나 지난 닷새간 프랑스 신규 확진자가 15만 명에 육박하는 데다 칸영화제 방문객이 하루 수만 명이 넘는 만큼 집단 감염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세계 최대 규모의 영화제인 칸영화제는 약 2주간 세계 각지에서 취재진만 4천 명 이상 모이고, 관광객과 영화인까지 합하면 많게는 20만 명이 찾는 축제다.
프랑스는 예방접종 증명서만 보여주면 입국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코로나19 확진자를 걸러내기 어려운 시스템이다.
게다가 칸영화제 측이 극장 객석 띄어 앉기를 하지 않고 마스크 착용과 대기 시 거리두기 등도 의무화하지 않으면서 감염 위험이 높은 상황이다.
실제로 2천석 규모의 뤼미에르 대극장을 비롯한 여러 극장의 객석에서는 영화 상영 내내 여기저기서 기침 소리가 이어졌다.
영화제 메인 건물인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만난 중년 영국인 조 브라운씨는 "오늘 이곳에서 본 사람 중에 마스크를 쓴 사람은 나뿐이더라"며 "건강을 위해서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는 실내에서라도 마스크를 꼭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프랑스인 마엘 비송(31)씨는 "이제 프랑스에서 코로나19는 거의 끝났다"면서 "오랜만에 사람들과 함께 영화를 즐기니 너무 좋다"고 말했다.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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