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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분양가보다 비싸”… 치솟는 전셋값에 SH장기전세 보증금도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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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장기전세를 지원하는 사람들이 내야하는 보증금도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년 5개월만에 보증금이 1억원 가까이 오른 단지도 있고, 일부 단지의 경우 최초 분양가를 뛰어넘기도 했다.

‘시프트’로도 불리는 장기전세주택은 주변 전세 보증금 시세보다 20% 이상 저렴하게 최장 20년간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이다. 2007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도입한 공공임대주택 사업으로 2020년까지 3만3000가구가 공급됐다.

조선비즈

서울시내 한 아파트단지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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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공사가 지난 13일 낸 ‘제41차 장기전세 모집공고’를 보면 59·84㎡ 기준 전세보증금이 공사가 1년 5개월 전 공지한 제39차 모집공고(2020년 12월)와 비교해 적게는 9000만원, 많게는 5억원씩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서초 지역에서는 평균 보증금이 7억원을 훌쩍 넘겼고, 일부지만 전셋값이 10억원을 넘어서는 단지도 있었다.

일례로 이번 모집공고에서 보증금이 가장 비싼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전용 84㎡의 경우 보증금이 12억3750만원에 달한다. 39차 모집공고에서는 7억3500만원이었는데, 1년 반만에 무려 5억원이 오른 것이다. 강남구 역삼동 래미안그레이튼2차 전용 59㎡ 아파트 전셋값도 같은 기간 5억3760만원에서 7억8375만원으로 2억5000만원 넘게 증가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강동구 강동리엔파크9단지의 경우 59㎡ 기준 전셋값이 2억5725만원에서 3억4450만원으로 9000만원가량 올랐다. 송파구 마천동 송파파크데일 1,2단지는 전용 84㎡ 아파트의 전세보증금이 4억9200만원이다. 39차 모집 당시에는 보증금이 3억2250만원이었다. 1년 반만에 1억8000만원가량 오른 것이다.

심지어 최초 분양가보다 전세금이 더 오른 경우도 있었다. 서초구 포레스타(2·3·5·6·7단지)의 경우 올해 59·84㎡ 기준 전세금이 5억375만~5억9800만원인데, 2013년 최초 분양가는 59㎡가 3억9000만원, 84㎡은 5억4000만원선이었다. 서초더샵포레도 84㎡ 기준 전셋값이 5억9800만원인데, 분양가는 4억4000만~4억6000만원 수준이었다.

물론 시세와 비교하면 SH공사의 장기전세 보증금은 저렴한 편이다. 반포자이의 경우 전용 84㎡의 전셋값 시세가 20~21억원으로 형성돼있다. 분양가보다도 보증금이 더 높아진 서초포레스타의 경우 현재 시중에서 전용 59㎡ 전세는 8억3000만원, 84㎡는 10억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두 단지 모두 시세보다는 장기전세 임대료가 절반 가량 더 싸다.

그러나 단기간에 보증금이 급등하면서, 주거 취약계층을 위해 마련한 상품인 장기전세가 정작 수요자들에게 ‘그림의 떡’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장기전세는 전용 60㎡ 미만의 경우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100% 이하, 60~85㎡는 120% 이하, 85㎡ 초과는 150% 이하 가구만 신청할 수 있다. 이처럼 소득기준은 제한적인데 보증금이 급등하면서 월소득이 낮은 ‘금수저’만 신청할 수 있는 상품이 돼버렸다. 월 소득이 낮은 사람만 신청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누군가 보증금을 내줘야 장기전세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3인가구 기준 월소득 770만원 이하인 가구는 전용 60~85㎡짜리 아파트를 신청할 수 있다. 만약 서울시 신혼부부라면 전용 전세자금대출을 활용할 수 있지만 대출 한도는 최대 2억원이다. 이번 공고에서 전세보증금이 최소 3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현금 1억원이 더 있어야 장기전세로 입주할 수 있다.

예비신혼부부인 권씨(30)는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이자가 5% 수준까지 오른 상황이라 추가대출을 받기가 부담스러운데, 장기전세 보증금이 1년 반만에 몇억씩 오르다보니 지원하기가 조심스러워진 상황”이라면서 “고민 끝에 이번에는 지원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전세 보증금이 급등한 만큼 지원가능한 소득기준을 완화해 중산층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서울에는 무주택자가 많은데도 소득기준 때문에 장기전세 등 주거복지 상품을 지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소득기준을 조정하면서 장기전세 공급량도 늘려야 서민들도 접근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최온정 기자(warmhear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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