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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굳히고 경제·미래 챙기고...한·미동맹 판을 바꿨다 [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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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go together.”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1일 한ㆍ미 정상회담 공식 만찬사를 이 문구로 끝냈다. ‘같이 갑시다’란 뜻의 이 말은 한국전쟁에서 함께 피 흘린 혈맹이자 그에 기반한 한ㆍ미 동맹을 상징한다.

“세계 시민의 자유와 인권,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굳게 손잡고 함께 걸어나갈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에 앞서 연단에 선 윤석열 대통령은 이 말로 만찬사를 마쳤다. 윤 대통령은 “나의 영광은 훌륭한 친구들을 가진 데 있었다”는 아일랜드계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를 인용하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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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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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양 정상이 “같이 가자”고 한 이 장면은 2박 3일(20~22일) 간의 바이든 대통령 방한 기간, 기존의 판을 확 바꾸고 키운 한ㆍ미 동맹과 양국 관계를 상징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양국 관계, 나아가 동북아 질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된 정상 회담”이라고 말했다.

양국 정상이 공동 성명에서 “한ㆍ미 간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선언한 데서 보듯, 이번 정상회담의 성격은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이란 말에 담겨 있다.

한국 전쟁 직후였던 1953년 10월 정식 조인한 안보 동맹에서 출발한 한ㆍ미 동맹은 2012년 3월 발효한 한ㆍ미 FTA(자유무역협정)를 계기로 경제 동맹으로 확장됐다. 대통령실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기존 안보ㆍ경제 동맹이 기술ㆍ공급망을 포함한 글로벌 포괄 동맹으로 확장됐다”고 설명한다. 김흥규 아주대 미ㆍ중 정책연구소장은 “미국의 지원을 받는 수혜적 입장이 아닌, 공급망과 원자력 등에서 쌍방이 서로에게 기여해 시너지를 발휘하는 공동 협력관계로 나아갈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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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강당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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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의 수혜에서 호혜로 바뀌어가는 양국 관계는 공동성명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ㆍ미의 국가안보실에 양 정부 간 경제안보대화 출범을 지시할 것”이라고 밝힌 양 정상은 “첨단 반도체, 친환경 전기차용 배터리, 인공지능, 양자기술, 바이오기술, 바이오제조, 자율 로봇을 포함한 핵심ㆍ신흥 기술을 보호하고 진흥하기 위한 민관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며 미래 기술과 관련한 협력 분야를 열거했다. 양 정상은 또 성명에서 반도체ㆍ배터리나 핵심 광물의 수급과 관련한 키워드인 ‘공급망’을 11번 언급했고, “선진 원자로와 소형모듈형원자로(SMR)의 개발과 전 세계적 배치를 가속화하겠다”라고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행보에도 이런 성격이 묻어났다. 방한 첫날, 평택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 이재용 부회장의 안내로 공식 일정을 시작한 그는, 마지막 날 오전엔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과 독대한 뒤 50억 달러 추가 투자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외교 소식통은 “이번 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와 같은 추상적인 의제에 힘을 쏟기보다는, 손에 잡히는 경제 이슈에 집중한 측면이 있다”며 “공식 만찬에 기업인이 대거 초대받은 것도 이런 맥락”이라고 전했다.

그렇다고 안보 이슈가 소홀했던 건 아니다. 대북 메시지는 강경해졌다. 북한이 민감해하는 ‘전략자산 전개’ 카드를 언급하고,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포함해 가용한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을 사용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을 확인했다”고 명시했다. 또,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해 북핵 이슈에 대응할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마련키로 했다. 2박 3일 간의 마지막 일정으로 양 정상이 오산 공군작전사령부에서 다시 만나 항공우주작전본부를 방문한 것도 “한ㆍ미 간에 강력한 안보동맹을 상징하는 곳이기 때문”(윤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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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일본으로 향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환송하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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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양 정상의 신뢰 구축도 무형의 성과다. 정상 회담이 예정됐던 90분을 훌쩍 넘어 2시간 가까이 진행된 것은 소인수 회담(72분)과 이어진 단독 환담(25분)이 예정보다 길어졌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서로에 대해 굉장히 잘 알게 됐다. 너무 많은 얘기로 너무 많은 정보를 서로에게 준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자유민주주의라는 것이 그냥 놓아도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노력과 투쟁이 있어야 지킬 수 있다는 데 두 분이 깊은 공감대를 이뤘다”며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를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시간”이라고 전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미국과의 호혜적 관계와 강한 유대를 토대로 한국이 ‘글로벌 중추 국가’가 되겠다는 구상도 천명했다. 이의 첫 번째 행보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제안한 인도ㆍ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한국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23일 있을 IPEF 화상회의를 통해 주도적 참여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다만 한ㆍ미가 한층 강하게 밀착하면 필연적으로 중국의 경계심은 커지기 마련이다. 특히 전임 문재인 정부가 상대적으로 친중 성향이 강했던만큼 중국이 윤석열 정부의 외교 노선에 불만을 표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상회담에 관여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가장 어려운 과제가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을 집적 지칭한 일은 없었고, 성명에 나온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이란 표현도 지난해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준하는 수준이었다.

중국은 이날 IPEF를 둘러싼 미국의 움직임을 비판하고 나섰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파키스탄 외교장관과의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IPEF가) 변칙 보호주의에 기대거나, 산업 체인의 안정성을 훼손하거나, 지정학적 대결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중국 언론도 “한국과 중국은 중요한 무역 상대국이기 때문에 한ㆍ미 관계에 종속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국 경제에 상당히 편입된 한국 경제가 미국과 빈틈없는 보조를 맞출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딜레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호 기자 gnom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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