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7 (토)

‘바꿔야 산다’ 게임업계, PC·콘솔 만들고 고객 목소리 듣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 게임업계가 변화를 모색한다. 기존 개발 기조를 바꾸고 한동안 뜸했던 PC게임에 콘솔까지 영역을 확장한다. 이용자 원성이 높은 고강도 유료상품 구조 개선도 고민하는 모습이다. 고액 결제를 유도하는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 중심의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이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신작 준비 방식에 변화를 줬다. 개발 초기부터 외부에 공개하며 이용자의 반응을 살핀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오픈형 R&D’라고 칭한 방식이다.

실제 올해 2월 신작을 공개하면서 현장 기자간담회가 아닌 이용자들이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유튜브, 블로그 등의 온라인 채널을 활용했다. 출시 직전까지 실제 화면을 꼭꼭 숨기던 기조도 탈피해 초기 단계의 개발화면도 공개했다. 엔씨소프트는 신작의 영상과 관련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선보이며 이용자 반응도 살피기로 했다. 홍 CFO는 “개발단계부터 시장하고 소통하며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높은 퀄리티의 혁신적인 게임들을 시장에 내놓으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매경게임진

엔씨소프트의 PC·콘솔 프로젝트 ‘TL’.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넥슨은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을 공개하며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인디게임 개발사처럼 소규모 제작팀이 빠르게 핵심 플레이만 구현해 시장에 내놓고 이용자의 검증을 받는 방식을 도입하기 위함이다. 넥슨이라는 대형 게임사 이름 아래에서 나오기 힘든 도전적인 시도를 이어가겠다는 복안이다. 인디게임 개발 방식을 채택한 만큼 이용자와의 소통도 한층 밀접하게 나아가기로 했다.

김대훤 넥슨 신규개발본부 총괄 부사장은 “내부에서 혁신적인 시도가 어려운 이유에 대한 많은 토론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아예 구조를 독립적으로 가던가, 그것을 담는 그릇을 별도로 가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설명했다.

모바일에 쏠렸던 신작 개발 풍조도 달라지고 있다.

PC와 콘솔 게임 신작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동안 PC게임에 손대지 않았던 넷마블이 대표적이다. PC와 콘솔 멀티플랫폼으로 준비 중인 3인칭 슈팅 진지점령(MOBA) 게임 ‘오버프라임’과 PC온라인 배틀로얄 게임 ‘하이프스쿼드’를 준비 중이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올해 PC가 메인인 ‘오버프라임’과 ‘스쿼드배틀(현 하이프스쿼드)’을 시작으로 PC 및 콘솔 플랫폼 확장도 준비한다”라고 말했다.

펄어비스의 경우 준비 중인 신작이 모두 PC 및 콘솔 게임이다. ‘붉은사막’, ‘도깨비’, ‘플랜 8’이다. 이중 ‘도깨비’의 경우 초기 개발은 모바일로 준비했으나 지난 2019년 PC와 콘솔 출시로 방향성을 선회했다. 이후 게임스컴 영상 공개를 통해 글로벌 이용자에게 눈도장을 받으며 플랫폼 전환 선택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매경게임진

넷마블의 PC 게임 ‘오버프라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엔씨소프트, 넥슨 등도 마찬가지다. 엔씨소프트는 하반기 출시 예정인 ‘TL’을 비롯해 다수의 PC·콘솔 프로젝트를 개발 중이다. 넥슨은 3인칭 슈팅게임 ‘프로젝트 D’, 루트슈터 게임 ‘프로젝트 매그넘’,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대전격투게임 ‘던전앤파이터 듀얼’ 등 다수의 PC 및 콘솔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여기에 카카오게임즈가 PC온라인 생존 슈팅게임 ‘디스테라’, ‘쿠키런’ 시리즈로 유명한 데브시스터즈가 PC온라인 액션게임 ‘데드사이드 클럽’, 시프트업이 콘솔 액션게임 ‘프로젝트 이브’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용자 비판에 시달렸던 고액 결제를 유도하는 유료상품 구조 개선 가능성도 엿보인다. 넥슨은 지난 3월 말 출시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통해 호평을 받았다. 원작을 충실히 계승하고 이용자의 직접 조작을 강조한 게임성에 더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유료상품 설계가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넷마블도 지난해 ‘제2의나라’를 출시하며 유료상품 결제 부담을 낮췄다. 엔씨소프트는 ‘TL’을 ‘페이투윈(돈을 써 강해지는 게임)’이 아닌 ‘플레이투윈(게임 플레이를 통해 강해지는 게임)’으로 만들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해 불거진 대규모 이용자 트럭시위와도 무관하지 않다. 과도한 확률형 아이템 판매, 일방통행식 운영, 성공사례에 매몰된 개성 없는 게임의 범람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며 게임 고객의 불만이 폭발하고 불신이 쌓였다. 지속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의 성공이 변화의 목소리를 가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리니지 라이크’ MMORPG는 한계가 보이는 상황”이라며 “아예 플레이투언(P2E)을 준비하는 곳이라면 모르겠지만 다들 글로벌를 목표로 PC나 콘솔을 준비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임영택 게임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