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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톰과 제리’ 이준석·안철수, 선거 초반부터 '삐걱'···차기 '주도권 다툼'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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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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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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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6·1 지방선거 국면에서도 계속 충돌하며 잡음을 내고 있다. 이 대표가 과거 표현한 대로 ‘톰과 제리’의 관계처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후 ‘같은 편’이 됐지만 서로 견제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악연이 쌓여 만든 감정의 결과이자 여당 주도권을 두고 벌어지는 경쟁 구도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상임선거대책위원장으로, 안 전 위원장은 경기 성남 분당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로 수도권 선거를 각각 이끄는 상황이라 두 사람 갈등은 제 살 깎아먹기란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와 안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이 마무리 된 지난 2일 이후 시작된 지방선거 국면에서도 공개 신경전을 두 차례나 벌였다. 지난 18일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와 강용석 무소속 후보의 단일화를 두고 맞붙었다. 안 전 위원장은 자신의 선거 사무소에서 기자들에게 김 후보와 강 후보의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안 전 위원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3~5% 정도를 오가는 강 후보의 지지율에 대해 “실체가 있는 것”이라면서 “승패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여권 단일 후보가 좀 더 승리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발끈했다. 이 대표는 같은 날 전북대 앞에서 기자들이 안 전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럴 거면 (안 후보가) 선대위원장을 하셨어야 했다”면서 “선대위원장 하라고 할 땐 안 하시고, 또 선거 전체를 지휘하시고 싶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선거를 지휘하고 책임지는 위치라면 모를까, 본인은 지역구에서 주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선대위 방침과 다른 메시지를 낼 거면 좀 상의하셨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안 전 위원장 발언은 시점과 맥락을 보면 이 대표에 대한 공개 저격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당 입장에서 대통령에게 선거개입 의혹을 제기하는 세력과의 단일화는 검토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강 후보가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했는지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이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이 발언이 있은 이튿날 안 전 위원장이 단일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강 후보는 이 대표에 대해 성비위 의혹을 제기하며 공격했고, 이 안건으로 당 윤리위원회에서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절차에 돌입했다. 이 대표로선 강 후보가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이 대표 역시 앞서 안 전 위원장의 분당갑 출마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대선 2차전의 성격이 아니다. 대리전은 둘이 맞붙어야 대리전”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방선거를 두고 ‘안철수 대 이재명’ 구도라는 시각을 반박한 것이다. 안 전 위원장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발언이자, 분당갑 출마에 대해서도 회의적 반응을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험지 출마가 있어야 하는데, 분당갑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 현역의원 있던 곳”이라면서 “두 분이 각자 나온 곳은 험지 출마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비판했다.

두 사람의 갈등은 정치 여정에서 쌓인 해묵은 감정의 결과물이자, 차기 여당 내 권력 경쟁 구도로 풀이된다. 이 대표와 안 전 위원장은 과거 바른미래당 시절부터 지도부 내에서 갈등을 벌여왔고, 이 대표는 스스로를 ‘안잘알’(안철수를 잘 아는 사람은 안철수와 다시 일하지 않는다는 취지)이라고 표현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도 이 대표는 전면에 나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단일화 경선으로 맞붙었던 안 전 위원장을 공격했다.

권력 구도 상으로 두 사람은 양립하기가 쉽지 않다. 이 대표로선 다음 행보는 더 높은 곳을 향할 수밖에 없다. 당내 지분을 높여 대선에 도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 전 위원장 역시 차기 대선 출마란 목표는 뚜렷하다. 당 주도권을 두고 힘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는 관계인 셈이다.

두 사람 간 갈등이 공개적으로 표출되는 데 대해서는 당내에서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9일 통화에서 “이 대표의 칼날이 내부로 향할 때 가장 위험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안 전 위원장 역시 당내 입지가 약한 상황에서 대표와 갈등하는 모습이 본인에게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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