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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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추진 중인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만남과 관련해 잡음이 커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행보인데, 난데없이 불거진 ‘특사론’ 등이 부담을 더 하는 모양새다.
특사론의 시발점은 지난 12일 권영세 통일부 장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였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문에 권 장관이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에 확답은 못 한다. 검토할 만하다”고 답했다.
본격적으로 불이 붙은 건 그 이후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16일 라디오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을 만나려는 것은)우정으로 만나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김정은과 특별한 관계에 있는 사람이 둘 있는데, 트럼프와 문재인이다. (바이든 대통령이)트럼프를 특사로 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을 특사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냐고 묻자 “그것 아니고는 만날 일이 뭐 있겠느냐”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크랩케이크로 오찬을 하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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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특사는 ‘대통령 특사’를 뜻한다.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한국 현직 대통령의 특사 역할을 한국 전직 대통령에게 부탁하려고 만난다는 것 자체가 성립할 수 없는 구도인 셈이다.
정 전 장관은 이튿날 라디오 출연에서는 “특사는 (현임 대통령이)자기 부하를 시키는 것”이라며 정정하긴 했지만, 여전히 “(미국은 문 전 대통령에게)미국과 북한 사이,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조정자 내지는 교량 역할을(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문 전 대통령의 역할 띄우기는 오히려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에 부담만 더하는 격이라는 지적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 대통령이 사적 방문도 아닌, 한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목적으로 이뤄지는 공식 방문에서 전임 대통령을 만나는 것 자체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외교가에서도 갸우뚱하는 시선이 많다. 한 소식통은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우의를 중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꼭 만나는 것으로 이를 표시할 필요는 없는 게 사실”이라며 “예의를 갖춘 편지 정도로도 충분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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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소식통은 “2016년 미국 대선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취임도 하기 전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트럼프 타워까지 찾아가 당선인 신분의 트럼프를 만났는데, 당시 아직 현직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 측에서는 내부적으로 불쾌감을 느꼈다고 한다. 비슷한 상황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특히 경제안보와 북핵 문제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해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통한 한‧미 동맹의 강력한 대응 의지를 밝히는 게 이번 방한의 핵심이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과의 만남으로 오히려 관심이 분산될 수 있다.
통상 외교가에는 정상회담의 성과를 판가름하는 것은 두 정상이 함께 찍는 ‘사진 한장’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 자체로 보여주는 상징성이 강력하기 때문인데, 벌써부터 “이번에는 사진이 두 장”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접견실에서 축하 사절단을 이끌고 방한한 미국의 '세컨드 젠틀맨'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로부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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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를 전‧현직 대통령 간 경쟁 구도처럼 몰아가려는 시도까지 나온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 바이든 대통령이 문 전 대통령을 만나는 데 대해 “이 사실 하나만으로 문재인 재임 시에 대한민국의 위상이 어땠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며 “아쉽게도, 여기까지”라고 적었다.
정세현 전 장관도 17일 라디오 방송에서 “미국은 문재인 정부 때 한·미 관계가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 정부가 인수위 때부터 한‧미동맹을 재건한다고 한 것은 바이든도 때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만족하고 있는 게 (문 전 대통령 재임시)지금 한‧미관계”라면서다.
국내 정치나 여론을 염두에 둔 듯한 이런 주장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을 통해 윤석열 정부와의 협력 강화 등 한‧미 동맹 중시 기조를 부각하려는 미국 측을 오히려 당황스럽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미 역대 가장 빠른 한·미 정상회담 성사, 윤 대통령 취임식에 ‘세컨드 젠틀맨’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파견 등으로 윤 정부에 대한 신뢰와 기대를 표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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