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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지하철 창 열고 달릴까? 집단감염 취약한 대중교통·병원 등 ‘맞춤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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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감염 취약한 다중시설 대상

10월까지 장소별 환기지침 마련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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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경기 파주시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70여 명이 무더기로 확인됐다. 역학조사 결과 이 집단 감염의 원인으로 ‘환기 부족’이 꼽혔다. 덥고 습한 날씨에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계속 틀자 에어컨 바람이 실내의 먼 곳까지 바이러스를 퍼뜨린 것이다.

앞으로 이런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해 정부가 시설별로 다른 환기 가이드라인을 만든다. 17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10월까지 대중교통, 의료기관, 콜센터, 어린이집, 학원 등 그동안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많이 발생한 장소별로 다른 환기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지금까지 실내 환기와 관련해선 △하루 3회, 매회 10분 이상 자연 환기 △맞바람이 칠 수 있도록 문과 창문 열기 등 공통 기준만 있었다. 방역당국은 이런 기준이 다중이용시설 등 호흡기 감염병이 전파되기 쉬운 장소에서는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새로운 환기 기준은 코로나19 재유행은 물론이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다른 치명적인 호흡기 감염병의 유행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해당 가이드라인을 통해 같은 유형의 시설이더라도 구조에 따라 환기 기준을 다르게 적용할 방침이다. 예컨대 같은 요양병원이라도 창문이 많고 환기 설비가 잘 갖춰진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하루 환기 횟수를 다르게 정한다는 뜻이다.

대중교통 등 시설별 맞춤 환기… ‘파주 카페’ 같은 집단감염 막는다

시설별 ‘환기 가이드라인’ 10월 마련
방역당국, 창문 개수-면적 등 따라 감염 위험도 측정 시스템 개발 착수
‘창 열고 지하철 운행’ 식 지침 가능
환기 안한 다중시설 6시간 머물면 최대 환기 때보다 감염위험 6.8배
“현장 정착까지 정부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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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이 시설별로 맞춤형 ‘환기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려는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호흡기 감염병 유행을 막는 데 ‘환기’가 매우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질병관리청은 지난해 모든 시설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환기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공개한 이후 이를 더 구체화해야 한다는 논의를 계속해 왔다. 전문가들은 가이드라인을 새로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잘 안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대중교통 내 감염 위험’도 파악

방역당국은 대중교통, 의료기관, 콜센터, 어린이집, 학원 등 그동안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많이 발생했던 시설별로 각기 다른 환기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일단 시설 내 호흡기 감염병의 위험도를 측정하는 시스템인 ‘K-VENT(Ventilation·환기)’ 개발에 착수했다. 이 시스템에 시설의 면적, 창문 개수, 환기 설비 현황 등을 입력하면 감염 위험도(%)가 결과 값으로 산출된다. 만약 특정 시설의 면적이 매우 크고 창문이 많으며 기계 환기 설비가 잘 갖춰져 있다면 감염 위험도가 낮게 나타나는 식이다.

방역당국은 이 시스템을 이용해 특히 대중교통에서의 코로나19 위험도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대중교통은 이용하는 인원이 매우 많아 사실상 역학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출퇴근길 ‘만원 버스’와 ‘지옥철’(지옥+지하철)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봐 우려하고, 실제로 대중교통 내 감염을 의심했지만 이를 입증하기가 어려웠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관계자는 “지난해 일본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하철에서도 창문을 약간 열고 운행했다”며 “국내에서도 대중교통의 코로나19 위험도 평가가 이뤄지면 이런 가이드라인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 환기 안 하면 감염 위험도 최대 6.8배 커져

코로나19 등 호흡기 감염병 유행 방지를 위한 환기의 필요성에는 방역당국과 전문가들 모두 이견이 없다. 환기를 하면 깨끗한 새 공기가 들어오고 바이러스에 오염된 공기는 밖으로 빠져나간다. 환기를 자주, 오래 할수록 호흡기 감염병에 걸릴 위험이 줄어드는 셈이다. 질병청 연구에 따르면 환기를 하지 않는 다중이용시설에 6시간 머물 때 코로나19 감염 위험도는 환기를 최대로 할 때의 6.8배에 달했다. 다중이용시설에 1시간 머물며 환기를 하지 않으면 환기를 최대로 할 때보다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이 약 2배 높았다.

최근 방역당국은 전국 요양병원 1100여 곳의 환기 설비를 점검하는 실태조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역시 고위험군이 모여 있는 요양병원에서 감염병 확산을 막으려면 철저한 환기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 “가이드라인 마련 후 현장 안착이 더 중요”

전문가들은 새 가이드라인 마련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장에 미칠 부담을 우려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열악한 요양시설에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계 환기 시설을 갖추라’고 하면 운영자 입장에선 이를 실제로 지키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현장에 적용 가능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실제로 시행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탁상행정’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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