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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中 “가까운 이웃이 낫다”… 尹정부 ‘실용 외교’ 중대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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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도 IPEF 놓고 ‘신경전’

尹, 한·미회담서 참여 예고하자

왕이 “신냉전 진영대치에 반대”

한·중 외교수장 첫 통화서 압박

박진 “이익기반 외교 전개할 것”

미·중 공급망 전선 속 해법 주목

美상원 ‘동맹 중요’ 결의안 채택

세계일보

박진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6일 가진 첫 화상통화에서 북한의 잇단 무력도발과 코로나19 상황, 양국 관계 발전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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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정부가 미국 주도의 경제협력체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두고 이미 예견됐던 중국 측의 견제에 직면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IPEF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자 중국은 “신냉전 진영 대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중국이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면서도 한국의 IPEF 참여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보이면서 미·중 사이에 선 윤석열정부의 외교력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17일 외교가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화상통화에서 △소통 강화 및 신뢰 △호혜 협력 △인적 교류 △국제 협력 및 지역 안정 수호 등 한·중 간에 강화할 ‘4대 사항’을 언급했다. 왕 부장은 특히 ‘호혜 협력’과 관련해 한국과 중국이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의 부정적 경향에 반대하고 글로벌 산업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거론했다. 이는 미·중 전략경쟁 시대에 한국이 중국에 대한 미국의 디커플링 시도에 동참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발언으로, 사실상 한국의 IPEF 참여를 겨냥한 견제구로 풀이된다.

IPEF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주도한 중국이 경제적 영토를 확장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고안한 협의체로 평가된다. 미국은 최근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일 순방 기간(20∼24일)에 IPEF를 공식 출범하겠다는 계획을 알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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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화 고려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최근 세종연구소 기고문에서 “디지털, 공급망, 청정에너지와 같은 신통상 의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제안한 역내 포괄적 경제협력체인 IPEF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결정을 편승외교라고 비판하는 지적도 있지만, 우크라이나 위기는 동맹의 가치를 일깨운 자명종이었고 미국 중심의 가치동맹이 결집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문성 고려대 국제대학원 원장도 세종연구소 기고문에서 “윤석열정부는 우리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IPEF)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해 관련 국제 규범 설립 과정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IPEF가 닻을 올리면 전 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미·중 전략경쟁에서 공급망 분야의 전선이 본격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박진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IPEF 참여와 관련해 “중국은 나름대로 지역 질서에서 IPEF에 대해서 우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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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왼쪽),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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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자국 주도 공급망에 참여시키려는 미국과 그에 반대하는 중국의 치열한 신경전 속에 윤석열정부가 ‘국익’과 ‘실용’ 관점에서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가 관건이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5.8%. 미국(14.5%)과 일본(4.9%)에 비해 훨씬 높다. 점차 시간이 갈수록 풀기 어려워지는 북핵 문제에 있어서도 중국은 6자회담 참여국이자 북한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국가다. 한국 정부가 한·미동맹 강화 기조 속에서도 ‘중국 달래기’에 힘써야 하는 이유다.

한편 미국 상원은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을 앞둔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동맹 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결의안을 처리했다. 결의에는 지난해 한·일에 주둔하는 미군 방위비분담금협정이 타결된 사실을 언급하고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이 공정하고 상호 이득이 되는 분담금 합의를 하도록 권장하는 조항이 담겼다.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에 필수적이고 북한의 도전과제에 대응하기 위해 긴밀히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애초 16일로 예정됐던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과 관련한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의 브리핑은 뉴욕주 버펄로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 여파로 18일로 연기됐다.

김선영 기자, 베이징·워싱턴=이귀전·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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