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28만명 700억개 보유 추정
피해자들 “계획된 사기” 단체행동
한·미 금융당국 가상화폐 규제 추진
17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가상자산 '루나'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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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로 번 500만원으로 올인했는데….” “5시간 만에 1억1500만원이 1700만원이 됐다. 생각하면 눈물만 나온다.” ”대출 끼고 2억 투자했다. 어제부터 물만 마시고 담배만 5갑 피우고 있다.”(인터넷 커뮤니티 사례 중)
한국산 가상화폐 테라USD(UST)·루나 대폭락 사태가 ‘MZ세대’를 직격하고 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 나선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 등 2030세대가 진입장벽이 높은 부동산보다는 가상화폐에 많이 뛰어들었다. 이 중 상당수는 한때 가상화폐 시가총액 10위권이었던 테라UST·루나에도 몰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1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루나 코인에 대해선 28만명이 700억개를 보유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이번 사태로 수백만원∼수억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하는 MZ세대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지난 13일 인터넷 커뮤니티를 개설하고 단체 행동을 위한 움직임까지 나서고 있다.
이들은 이번 사태가 지난해부터 치밀하게 계획된 ‘폰지 사기’라고 주장하고, 가상화폐를 발행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와 공동창업자인 신현성 티몬 의장을 검찰에 고발하겠다며 동참인 모집에 나섰다. 진정서도 받고 있다.
테라폼랩스 권도형 최고경영자(CEO). 야후파이낸스 유튜브 동영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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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투자자들도 시세 폭락 사태에 분노하고 있다. 미국 코인 전문 매체 EWN 등에 따르면,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한 회원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싱가포르 경찰에 권 대표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미국과 한국의 금융당국은 테라UST·루나와 같은 ‘스테이블 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규제에 나서기로 했다.
당장 미국 금융당국들이 가상화폐 규제가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재무부 등 금융 당국들이 가상화폐의 일종인 스테이블 코인에 주목하고 있다.
가상화폐 업계는 달러나 기타 자산으로 가치를 담보하는 스테이블 코인은 UST와 같은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과 달리 안전하다고 주장하지만, 현재로서 당국은 그런 구분을 두지 않고 있다고 WP는 설명했다.
국내 주요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루나(LUNA)의 상장폐지를 앞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태블릿에 ‘루나(LUNA)’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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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이날 금융산업규제국(FINRA) 연례회의에 참석해 가상화폐는 매우 투기적이며 투자자들은 더 많은 보호를 받을 필요가 있고, 그렇지 않으면 시장의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가상화폐 투자자들에겐 다른 자산 투자자와 달리 충분한 공시가 제공되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로힛 초프라 금융소비자보호국(CFPB) 국장도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올해 중으로 가상화폐 규제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재무부 고위 관계자는 WP에 미 의회가 관련 조치를 하기를 기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의회와 별개로 단독으로 규제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내에서는 법안 미비로 미온적이던 금융위원회가 투자자 보호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투자자 피해 우려에 대해 “가격이나 거래 동향 등 숫자는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가상자산 거래업자 등에 대해서는 투자자 보호와 관련된 것들에 대해 조치를 시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데엔 한계가 있다. 아직 가상자산 자체를 규율할 업권법이 존재하지 않아서다. 현재 금융당국은 ‘자금세탁방지’에 한해 가상자산거래소를 감독하고 있다. 고 위원장은 “투자자 보호와 관련해선 근거 법이 없어서 별도 조치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투자자 자기 책임의 영역이나, 각별히 유의할 수 있도록 안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가상화폐 관련 전문가인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투자자들은 (투자구조를) 면밀히 살펴보고 이해할 수 없거나 투자위험을 감당하지 못한다고 판단이 들면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한다”며 “정부나 국회도 법안 제정을 서두르는 시그널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도형·나기천·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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