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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물가 안정’ 주문한 尹대통령…한국식 ‘빅스텝’, 연속 금리인상 단행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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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앞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6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회동 직후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4월 상황을 봤을 때는 0.5%p 인상을 고려할 필요가 없었지만,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더 올라갈지 종합적으로 데이터를 보면서 판단해야 한다”며 “5월 금융통화위원회 상황과 7~8월 경제와 물가 변화 등을 봐야 한다”고 했다.

이달 26일로 예정된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약 열흘 앞둔 시점에서 이 총재가 ‘빅스텝’을 언급하면서 이날 국고채(국채) 금리가 일제히 뛰는 등 채권시장이 요동쳤다. 대출금리의 근거가 되는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다시 연 3%를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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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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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은 7월까지 연속 금리인상 가능성 높아져”

17일 시장에서는 이 총재의 과감한 발언을 두고 5월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해졌을 뿐만 아니라, 한국은행이 5월에 이어 7~8월까지 전례없는 3~4회 연속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전날 오후 윤석열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물가와 금융안정에 각별히 노력해달라”고 당부한 점도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행보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과 한은 안팎에서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격적인 긴축에 나선 가운데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5%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았기 때문에 이달 기준금리 0.25%p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은이 5월에 금리를 올릴 경우 2007년 7, 8월 이후 15년 만에 2개월 연속 인상이 된다.

그러나 한국은행이 단 한 번도 0.5%p 금리인상을 단행한 적이 없는 데다, 그간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는 통화정책 정상화를 강조해온 점을 감안하면 당장 ‘빅스텝’을 추진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많았다.

임재균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 총재의 ‘빅스텝’ 발언은 원론적인 수준으로, 물가 통제를 위해서라면 모든 정책을 다 펼칠 수 있다는 한은의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판단된다”며 “한은 입장에서는 선제적인 금리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완화시키고 원화 약세도 제한하는 게 유리하기 때문에 5월 물가도 빠르게 높아질 경우 7월 연속 금리인상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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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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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각각 6월 초와 7월 초 발표되는 5월, 6월 소비자물가 결과에 따라 한국은행의 연속 인상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수 증권사들은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연 2.25~2.5%로 올려잡았다.

앞서 JP모건은 “한국은행이 5월, 7월, 8월, 10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씩 연속 인상해 연말 기준금리 수준은 2.50%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4차례 연속 인상을 예상한 배경으로는 “소비자물가, 근원물가, 기대인플레이션이 3분기까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올해 추석이 9월 9~12일로 예년보다 빠른 점도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통상 추석이 빠르면 농산물 가격 상승이 물가에 반영되면서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 여름 장마, 태풍 등으로 농가 피해가 발생할 경우 농산물 가격이 예상보다 크게 오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이창용 총재 ‘소통 행보’ 주목

지난달 취임사에서 ‘소통’을 강조한 이 총재가 첫 금통위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도 시장의 관심사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되면서 그동안 비대면(온라인)으로 진행됐던 한국은행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도 대면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 총재도 취재진의 질문을 즉석에서 받고 답변할 예정이라 전날과 같이 예상하지 못했던 발언이 등장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유독 신중했던 이주열 전 총재와 다른 화법을 구사하는 이창용 총재가 내놓은 시그널(신호)을 시장이 어떻게 받아들일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평소 질문을 주고받는 것을 즐기고 독려한다는 이 총재는 최근 한은 안팎으로 소통 강화에 나섰다. 한은에서는 매주 주요 경제 현안을 주제로 내부 회의를 주최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근무 시절 이 총재가 참석했던 ‘서베일런스 미팅’을 본딴 회의로, 경제 현안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과 의견 개진이 이뤄지는 자리다.

앞서 이 총재는 “IMF에 근무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어떤 이슈이든 그 분야의 전문가를 내부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궁금한 사항에 대해 전화 한 통이면 몇 권의 책을 찾아 읽는 것보다 더 빠르게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행 직원들도 IMF처럼 전문성을 공유하면서 조직 자체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한은이 외부와의 소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논의한 연구성과를 책상 서랍 안에만 넣어 두어서는 안 된다”며 “시대적 과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정부, 시장, 민간기관과 건설적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이재은 기자(jaeeu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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