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선사 HMM이 유가 상승과 글로벌 물류난 등의 악재를 딛고 6개 분기 연속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해운업계에서는 운임 상승 여파가 지속되면서 값싸던 장기계약 운임마저 올랐다며, 올해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던 지난해보다 더 큰 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한다.
1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은 올해 1분기 매출액·영업이익·당기순이익 모두 창사 이래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2.5% 오른 4조9187억원, 영업이익은 208.8% 증가한 3조1486억원, 당기순이익은 1032.2%가 상승한 3조1317억원이다.
HMM 측은 어닝 서프라이즈의 배경으로 글로벌 컨테이너 종합운임지수인 SCFI(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의 상승폭을 꼽았다. SCFI의 올해 1분기 평균은 4851포인트로 지난해 1분기 평균 2780포인트 대비 74.5% 상승했다.
유가 급등, 중국의 상하이 봉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주 서안 물류난 등 각종 악재로 인해 물동량도 줄어든 가운데 나온 호실적이다. 선박유 가격정보 업체인 십앤벙커에 따르면 선박연료로 쓰이는 벙커유는 지난해 1분기 글로벌 평균가가 톤당 430~519달러 수준을 오갔다. 지난해 4분기에는 600~654달러로 올랐고,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000달러를 넘겼다가 현재 920달러 선을 유지 중이다.
특히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보면 SCFI는 평균 4676포인트를 기록하는 등 상승폭이 약 3.75%로 약 50%에 달했던 벙커유 상승폭에 비해 적었다. 그럼에도 HMM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2조6985억원)보다 오히려 약 4500억원이 늘었다.
해운업계에서는 운임 상승 여파가 장기계약으로도 이어지면서 어닝 서프라이즈가 발생했다고 보고있다. 주로 연초에 1년 단위로 체결되는 장기계약은 스팟성 계약보다 훨씬 값싼 가격에, 계약 체결 당시 전년도 평균 운임을 기준으로 체결된다.
지난해의 경우 SCFI 2000선 수준에서 체결됐지만 올해는 SCFI 평균이 급등하면서 장기계약 가격도 크게 올랐다. 지난해 4분기보다 비용이 급등했음에도 새로 체결된 장기계약 중 일부가 올해 1분기 실적에 반영되면서 이를 상쇄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장기계약 수요와 가격은 점점 상승하는 상황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미국 서부 병목 현상·우크라이나 침공·중국 상하이 봉쇄 등 불확실한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오는 6월 성수기가 찾아오고 있다"며 "화주들이 불안하니까 장기계약을 좀 더 맺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사 입장에서도 운임이 높을 때는 보통 스팟성 계약을 선호한다"며 "그러나 운임비가 이미 오를만큼 올랐고, 수입 안정화 측면에서 장기계약 비중을 늘리는 글로벌 선사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글로벌 선사 1~2위를 다투는 머스크도 올해 1분기 벙커유 매입비용이 전년보다 54% 올랐지만 장기계약 운임가격이 오르면서 이를 상쇄했다고 밝혔다.
소렌 스코우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장기계약 운임 상승으로 올해 영업이익이 100억달러(12조8400억원) 늘어날 것"이라며 "이는 벙커유 등 다른 운영비 상승분을 상쇄한 것을 넘어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밝혔다. 머스크는 올해 1분기 193억달러(약 24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HMM의 올해 실적도 장기계약에 힘입어 날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는 HMM의 장기계약을 실적 상향요인으로 보고 지난해(7조3775억원)보다 더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고 보고있다. 흥국증권 등에 따르면 HMM의 장기계약 운임은 지난해 보다 미주 항로는 2배 이상, 유럽 항로는 4배 이상 올랐다. 운임 수익 증가분만 2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SCFI가 떨어지고 있지만 글로벌 선사들이 올해보다 더 영업이익이 더 클 것이라고 전망하는 가장 근분적인 이유가 장기 운송 계약"이라며 "고운임이 지속되다보니 상수가 돼버렸다"고 밝혔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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