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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길에 수십만명 묶어두나" 불만 터졌다…'소통대통령' 尹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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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중앙로에서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 출근길에 앞서 교통 통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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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에 큰 행사가 있어서 어쩌다가 한두 번 교통 통제하는 것도 아니고 매일같이 계속 그러면 성질이 안 나겠나.”

12일 한 트위터 사용자는 이런 글을 올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 서초-용산 출퇴근길 교통 통제가 서울 민심을 악화시켜 6·1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이 사용자는 “그냥 (윤 대통령이) 청와대 들어갔으면 되는 건데, 수십만명을 길바닥에 일시 정지시키면 점점 끓어오른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을 명분으로 청와대에 있던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강행했다. 하지만 소통 확대 못지 않게 교통 체증 등 부정적인 측면도 부각되는 모습이다.

우려한 것보다 실제 교통 체증은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지만,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여전히 불만 글이 올라온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획일적으로 말하긴 힘들지만 일반 운전자가 신호 1~2번 기다리는 정도의 교통 통제”라며 “시민의 불편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교통 체증’이라고 할 정도로 길이 막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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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주택가를 비추고 있는 CCTV 화면. 인터넷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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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출퇴근길 교통 통제 때문에 구급차도 통제됐다는 소문도 돌았다. 김철식 더불어민주당 용산구청장 후보는 전날 라디오에 출연해 “앰뷸런스까지 통제하는 상황을 봤다”며 “통제가 끝나자마자 바로 제일 먼저 앰뷸런스가 달려나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다. 구급차 등 긴급 차량은 통제를 하지 않고, 대통령 차량이 오더라도 경호 제대(梯隊·사다리꼴 대형) 맨 앞으로 보내는 게 지침”이라고 설명했다.

소셜미디어엔 가짜 뉴스도 퍼졌다. CC(폐쇄회로)TV가 하늘과 주택가를 비추고 있는 사진이었는데, 게시자는 "경찰이 윤 대통령 출퇴근 길 교통 체증을 숨기려 CCTV를 조작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른 곳을 비추고 있는 CCTV는 고장 난 것이었다. 다만 경찰이 윤 대통령 출퇴근 시 인터넷으로 송출되는 교통 CCTV를 검은색 화면으로 만들긴 했는데, 이는 대통령 이동 동선을 숨기기 위한 경호 차원이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실제보다 부풀려진 이야기들이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퍼지는 이유는 뭘까.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충분한 사전 준비나 사회적 합의 없이 대통령 집무실을 옮겨 국민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처럼 윤 대통령도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언론 앞에 서서 국민의 불만과 의혹을 직접 설명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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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투쟁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전라북도 군산의료원 파업사태 해결 등을 촉구하며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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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용산 주민들은 집무실 이전에 따른 불편을 더 직접적으로 체감할 가능성이 크다. 법원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시위를 허용해서다. 청와대 중심으로 벌어지던 집회와 시위가 용산으로 옮겨질 수 있다. 과거 청와대 앞 삼청동 주민들이 겪은 불편을 앞으로는 용산 주민들이 겪을 수 있다. 부동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벌써 “집무실 이전이 용산에 호재라고 누가 그랬냐. 집회·시위 열리면 교통도 막히고 불편해진다. 명확한 악재” 등의 글이 올라왔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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