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개방 |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함께 74년 만에 청와대가 전면 개방됐다. 이승만 대통령 이래 12명의 대한민국 대통령의 집무ㆍ거주 공간이었던 청와대(1960년 개명 전까지는 경무대)가 국민의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수많은 시민이 이날 청와대를 찾았고 권력자들의 산책길이었던 경내를 걸으며 감개무량 해했다.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한 국가들 가운데 가장 강력한 권한을 지닌 대한민국 대통령들이 일하고 머문 공간이었던 만큼 청와대(Blue House)는 BH라는 약칭으로 권력 그 자체를 상징했다. 구중궁궐에 갇혀 민심과 괴리된 국정운영을 하고 있다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에 대한 비판론이 제기되면서 노무현, 문재인 등 역대 대통령들이 청와대 이전을 계획했지만, 경호 안보상 이유로 무산됐다가 윤 대통령 당선 후 논란에도 불구하고 개방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최고의 정원이라 불리는 '녹지원', 30여만 장의 기와를 한장 한장 구워서 한식 건물 양식으로 지은 건축물인 청와대 본관, 역대 대통령들이 외빈 접객 장소로 쓰던 상춘재, 보물로 지정된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 서울시 문화재인 '오운정'(五雲亭), 수령이 740년으로 추정되는 수궁 터 주목 등 볼거리가 풍성한 25만3천505㎡의 청와대. 앞에는 경복궁이 펼쳐져 있고, 뒤에는 조선 시대 한양의 주산인 명승(名勝) 백악산이 자리한 청와대 권역은 뉴욕의 센트럴파크 못지않은 서울 중심부의 최고 관광 명소가 될 것이 틀림없다.
문정희 시인은 청와대 개방에 맞춰 발표한 자작시에서 "여기 길 하나가 푸르게 일어서고 있다/ 역사의 소용돌이를 지켜본/ 우리들의 그리움 하나가/ 우리들의 소슬한 자유 하나가/ 상징처럼 돌아와/ 다시 길이 되어 일어서고 있다"고 읊었다. 한국 현대사의 영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금단의 성역 청와대를 다시 길이 되어 일어설 수 있도록 국민의 품으로 되돌려 놓은 것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의 정신에 충실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다짐으로 믿고 싶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 |
윤 대통령은 10일 0시 용산 집무실에 마련된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에서 합동참모본부로부터 군 통수권 이양에 따른 첫 보고를 받는 것으로 공식업무를 시작했다. 10층짜리 건물에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기자실을 모두 배치해 대통령과 참모들이 수시로 토론하고 일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전용 엘리베이터도 설치하지 않고 수시로 참모들과 마주치며 대화하고, 국민이 궁금해하면 언제든지 직접 1층 브리핑룸으로 가서 기자들과 최대한 소통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런 의지와 다짐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길 바라고 당부한다. 권력의 심장부가 단순히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자리만 바꾼 것이어선 안 된다. 과거 정권의 편 가르기 정치로 인한 심각한 양극화를 넘어서 자유민주주의를 국정의 최고가치로 한 국민통합의 새로운 대한민국의 길을 내는 소통하는 정치 권력의 변화가 용산의 시대 정신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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