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靑 머무는 '최후의 밤' 될까…조용히 퇴임연설 준비할듯
끝까지 일정 '빼곡', MB때와 유사…盧, 마지막밤 국무위원 '고별만찬'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어린이날인 5월5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 청와대 어린이 초청행사'를 마친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청와대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낸다.
임기 종료까지는 하루가 더 남았지만 문 대통령은 9일 밤은 청와대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묵기로 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기로 하면서 이날 밤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청와대에 머무르는 '최후의 밤'으로 역사에 기록될 가능성이 농후해진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밤 관저에서 부인 김정숙 여사 등 가족들과 머무르며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다음날 오전으로 예정된 퇴임 연설문을 마지막으로 검토하면서 지난 5년의 임기를 차분히 돌아볼 예정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참모들의 업무보고도 최소한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청와대 내부 전산망이 끊어지면서 모든 보고서는 수기로만 작성되는 등 사실상 청와대 비서실의 업무는 모두 마무리된 상태다.
문 대통령 역시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전현직 비서관들과의 만찬을 하며 직원들에게 작별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다만 정권교체기 북한의 도발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만큼 안보상황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도 실시간으로 보고를 받으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청와대 측은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밤은 조용하게 보내지만, 다음날인 9일은 임기 마지막 날이라는 점이 무색할 정도로 빼곡히 일정을 채워뒀다.
문 대통령은 오전에는 현충원과 효창공원 참배를 소화하며, 곧바로 청와대에서 퇴임연설을 진행한다.
오후에는 윤 당선인 취임식 참석을 위해 방한한 할리마 야콥 싱가포르 대통령과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 부주석을 연이어 만난다.
문 대통령은 오후 6시 퇴근 후에는 서울 시내 모처로 자리를 옮겨 국방부 등과 연결된 핫라인을 통해 10일 0시까지 군 통수권을 행사하게 된다.
문 대통령의 이런 '임기 마지막날 행보'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행보와도 비슷한 양상이 엿보인다.
이 전 대통령 역시 임기를 마치기 하루 전날인 2013년 2월 23일 청와대에서 마지막 밤을 가족들과 조용히 보냈다.
퇴임 직전 "청와대는 단 1분이라도 멈추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공언했던 이 전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날 현충원 참배는 물론 라르스 뢰켄 라스무센 전 덴마크 총리, 류옌둥(劉延東) 당시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 등과 차례로 접견하는 등 빽빽한 외교 일정을 소화했다.
이 전 대통령은 오후 서울 논현동 사저로 이동한 뒤에도 사저에 마련된 국가지휘통신망을 통해 북한의 동향을 감시하는 등 자정까지 통수권을 유지하고 2013년 2월 25일 오전 0시 통수권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넘겼다.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임기 마지막 밤을 청와대에서 보냈다.
노 전 대통령은 임기를 마친 날인 2008년 2월 24일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를 비롯한 당시 국무위원들을 초청해 고별 간담회를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튿날 오전 청와대를 떠나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뒤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향했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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