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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토)

'검수완박' 이후 경찰, 검찰과는 다를 수 있나…'견제·통제'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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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 총량' 증가…권한 확대 전망

검찰 논란 됐던 '어두운 수사 관행', 경찰은 다를까

별건 수사 등 '과잉수사' 견제, '뭉개기' 등 축소수사 우려는 여전

내부 견제, 통제 장치 마련 관건

한 없이 길어지는 '보완수사' 시민 견제 장치 필요

편집자 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인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3일 국무회의에서 공포되면서 70년 간 이어진 형사사법 체계는 대격변을 맞이하게 됐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가 기존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 부패·경제범죄로 대폭 축소되면서 자연스레 경찰의 수사권에 힘이 실리는 형국이 됐다. 지난해 검경수사권 조정을 통해 1차적인 변화를 준 뒤 한 단계 더 변화된 만큼 '책임수사'에 대한 경찰의 역량은 어려운 시험대에 올랐다. 경찰이 이같은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할 경우 후폭풍도 거셀 전망이다. CBS노컷뉴스는 '검수완박'에 따른 경찰 수사 권한의 변화, 내부 통제 시스템 등에 대해 면밀히 분석했다. 경찰 내부에서는 수사 역량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한층 무거워진 어깨의 부담을 덜기 위한 각종 해법을 분주하게 모색하는 기류가 흐른다.
▶ 글 싣는 순서
①'검수완박'으로 힘 실린 경찰, 정말 재난인가 '팩트체크'
②'검수완박' 이후 경찰, 검찰과는 다를 수 있나…'견제·통제' 관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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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이 현실화되면서 경찰의 수사 역량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일부 '수사권 독립'을 이뤄낸 경찰에게 책임과 의무가 한층 더 주어진 셈이다. 경찰은 "6대 범죄는 우리도 계속 해왔던 것"이라며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입장이지만, 검찰이 개시해왔던 수사까지 떠 맡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경찰이 이를 제대로 해낼 수 있을 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검수완박'을 통해 검찰의 별건 수사나 수사권 남용을 제어한다는 의도지만, 반대로 이번엔 경찰의 권한 확대 및 수사권 남용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가 관건이 되고 있다. 이른바 '뭉개기'나 '표적 수사', '제 식구 감싸기' 등 과거 검찰에 제기된 여러 문제점을 재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셈이다. 경찰은 '검수완박' 이후에도 검찰의 통제 장치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적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검찰의 '어두운 수사 관행'…수사 권한 커진 경찰은?

이은애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은 4일 '검수완박' 법안 관련 브리핑에서 경찰의 수사 총량에 대해 "검찰 직접 수사 범위가 6대 범죄에서 2대 범죄로 줄어든 게 어느 정도 경찰에 오느냐에 달렸다고 본다"며 "수사 총량이 늘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만 결국 검찰청법에 대한 대통령령이 정해지는 것을 봐야 한다"고 밝혔다.

'검수완박' 법안에 따르면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는 기존 6대 범죄(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부패·경제범죄)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범죄)로 대폭 축소된다.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가 줄어든 만큼, 경찰의 수사 총량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게 대다수의 관측이다.

늘어난 수사량 만큼 권한은 자연스레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존 검찰이 다뤘던 중요도가 높거나 규모가 큰 사건까지 상당 부분 떠맡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사의 파급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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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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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황진환 기자
그동안 검찰은 경찰이 수사한 사건 중 '입맛에 맞는' 사건만 골라서 집중 포격을 한다는 의심에 휩싸인 바 있다. 경찰이 백지부터 시작해 사건 수사의 틀을 갖춰 놓으면 이를 넘겨 받은 검찰이 사건 중요도에 따라 이른바 '정무적 판단' 및 '톤 조절'을 한다는 시각이다.

이 같은 검찰의 수사 불공정성 의혹은 '검수완박' 국면에서 직접 수사권 대거 박탈과 별건 수사를 금지시키는 근거 중 하나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검찰의 문제가 그간 제기됐다고 하더라도, '검수완박' 추진을 둘러싸고 지나친 속도전이었다는 논란은 여전한 상황이다.

'검수완박'에 따라 수사의 무게 추가 경찰로 기운만큼 그간 검찰의 문제로 지적됐던 관행이 이번엔 경찰에서 발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는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제기되고 있다.

다만 경찰은 권한 확대 및 수사권 남용 우려에 대해 "검수완박 이후에도 검찰의 통제 장치는 그대로 유지되기에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관련 통제 장치는 검찰의 재수사 요청, 보완수사·시정조치 요구, 직무배제·징계·교체 임용 요구 등이 꼽힌다. 이은애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은 "검찰은 연간 약 1만 건을 수사하고 경찰은 70만 건을 수사하는데, 경찰 수사는 100% 검사에게 통제를 받는다. 검수완박 이후에도 마찬가지"라며 "검수완박이라는 표현 보다는 우리나라 수사 총량 중에 통제 받는 수사가 더 늘어나는 것이란 프레임이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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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한층 더 판이 달라진 만큼, 경찰 내부의 개선된 통제 장치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수완박'이 시행된 이상 경찰의 수사 신뢰도가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은 '책임수사' 체제를 강화하겠다며 수사부서 과·팀장의 지휘를 강화하고 수사심사관·책임수사지도관·경찰수사심의위원회 등이 사건을 심사하는 '3중 심사체계'를 구축한 바 있다. 하지만 수사심사관 등의 업무 부담이 적지 않고, 수사심사관으로 빠지는 수사 인력으로 인해 일선의 업무 과중이 심해진다는 지적은 계속해서 제기돼 왔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이 가시적으로 자신들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스스로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남이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경찰 스스로 수사 개시도, 수사 종결도 우리는 떳떳하다 하고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검수완박'에 따라 별건 수사 등 과잉 수사는 일부 제한됐지만 이른바 '뭉개기' 등 축소 수사 등을 제어할 장치가 마땅치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검찰의 경우 기소를 차일피일 미루는 '기소 뭉개기'를 여전히 통제하기가 어렵다는 분석이다. 경찰은 '검수완박'에 따라 검찰이 갖지 못한 수사 개시권을 통해 주도권을 쥐고 '수사 뭉개기'로 일관할 수 있고 이를 견제하기가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러한 맥락에서 '검수완박' 법안에 담긴 '고발인 이의신청 불가' 역시 경찰의 축소 수사 우려의 한 단면으로 분석되고 있다. 앞서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하면 고소·고발인은 검찰에 이에 대한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검찰은 사건 기록을 검토한 뒤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검수완박 시행으로 '고발인'은 이의신청이 불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디지털 성폭력 등 성범죄 피해자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피해를 입었을 경우 직접 고소가 어려워 지원 단체에서 피해자를 대리해 고발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의 이의신청이 막히면서 억울한 피해자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경찰은 "피해자가 있는 고발 사건이라면 이의신청이 가능하다"며 "피해자가 없는 범죄들은 이의신청이 곤란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검찰의 재수사 요청권은 그대로 남아 있어 재수사 검토를 검찰이 지금보다 훨씬 타이트하게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보완수사', '수사지연' 견제 장치 강화도 필요


다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검찰이 경찰이 수사한 사건에 대해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보완수사가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경찰의 권한 확대가 예상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예전처럼 검찰이 추가로 혐의를 인지해 직접 수사를 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겠지만, 경찰에게 갖가지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등의 형식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이 요구 받은 보완수사는 '마감시한'이 없고, '검수완박'에 따른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도 상당 부분 제한된다는 점에서 경찰의 의지에 따라 수사 속도가 더욱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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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사건 평균 처리 기간. 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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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사건 평균 처리 기간. 경찰청 제공
실제 경찰의 사건 처리 속도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체 사건의 평균 처리 기간은 2017년 44.0일에서 2018년 48.9일, 2019년 50.4일, 2020년 55.6일, 2021년 64.2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사건 처리 일수는 4년 전과 비교하면 45.9% 늘어난 셈이다. 이에 경찰은 "갖가지 심사 체계가 늘어났고, 다른 수사기관 역시 처리 일수가 늘어났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를 맡겨 둔 시민의 입장에선 경찰의 보완수사 기간을 문제 제기 할 수 있는 견제 장치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경찰 내부적으로는 '청문감사관' 제도를 통해 수사 지연 등 민원에 대해서 해결하도록 돼 있지만, 수사 부서에 비해 인원수 등이 턱없이 적다. 이 때문에 자체적으로 감찰에 착수하기보다는 주로 민원이나 내부 고발로 인해 조사를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기적으로 사건 처리에 관한 감찰에 착수하는 등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내부 규칙에 따라 '수사심의계'와 '수사심의위원회'를 두고 있어 사건 관계인이 신청하면 부당한 접수거부나 수사절차 미준수, 사건처리 지연, 수사결과 불만족, 인권침해 등의 사항을 처리한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피해자나 고소인, 고발인이 수사 결과를 못 받아들이겠다고 이의신청하면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수사가 적합했는지 안 했는지 심의를 할 수 있다"며 "불송치 결정했는데 다시 수사해 보라고 결정할 수도 있고, 혐의 인정되니까 송치 결정으로 바꾸라고 의결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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