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 강세 영향으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한 달 새 85억달러나 줄면서 지난해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감소폭도 2020년 3월(89.6억달러 감소) 이후 최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가 큰 폭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어 국가비상금인 외환보유액 유지에 경고등이 켜졌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말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493억달러로 집계됐다. 3월 말과 비교해 85억1000만달러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 4월(4523억달러) 이후 1년 만에 최저치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0월 4692억1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찍은 뒤 올해 1월까지 3개월 연속 줄어들다가 올 2월 증가세로 전환했다. 그러나 3월에 이어 4월도 감소세를 보인 데다 감소폭이 더 커진 것이다.
한은은 미 달러화 강세에 따라 기타 통화 외화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액이 줄었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한은이 유로화·파운드화·엔화 등 다른 외화로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감소한 셈이다. 통화당국의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DXY)는 4월 말 103.62로 3월(97.79)보다 6.0% 급등했다. 미 달러화 대비 화폐가치 변동 추이를 보면 유로화·파운드화·엔화 모두 미 달러화 대비 각각 5.9%, 5.2%, 6.8% 절하됐다.
자산별로 살펴보면 국채·회사채 등 유가증권(4088억3000만달러)은 한 달 전보다 13억8000만달러 줄었고 예치금(162억5000만달러)도 65억6000만달러 감소했다. 보유하던 유가증권을 매도해 보유액이 줄었다면 예치금은 그만큼 증가해야 하지만 예치금도 감소해 강달러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교환성 통화 인출 권리인 'IMF 포지션'과 특별인출권(SDR)도 1억3000만달러, 4억4000만달러씩 줄며 각각 44억5000만달러, 149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금은 매입 당시 가격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전월과 같은 47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3월 기준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8위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9위인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차이가 66억달러로 좁혀지면서 추후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강달러 여파로 국제 금융 변동성이 커지면 자본 유출을 방어할 수 있는 외환보유액이 중요하지만 우리나라는 적정 수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왔다.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2020년 기준 IMF 외환보유액 적정성 평가에 미달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에 비해서도 절반 수준이다.
[박동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