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등을 비롯한 의원들이 3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관련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검수완박 관련 법안 중 하나인 검찰청법은 지난달 30일, 두번째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성룡 기자/ 2022.05.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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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회 본회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표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의원총회를 열고 마지막 여론전을 펼쳤다. 이 자리에서 권성동 원내대표는 “각본은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인 ‘처럼회’, 제작은 민주당, 주연은 문재인 대통령인 ‘트루먼쇼’”라며 “죄는 지었지만 벌을 거부하겠다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집단적 도피의식이 검수완박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을 향해 “이제 남은 것은 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밖에 없다. 단 한 번이라도 대통령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퇴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총 직후 국민의힘 의원들은 규탄구호가 적힌 피켓을 손에 들고 국회 본회의장 앞에 일렬로 섰다. 의원들은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입장하는 동안 “민주당은 이재명 방탄법을 중단하라”, “이재명의 꼭두각시 민주당은 각성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시위 중인 국민의힘 의원들을 쳐다보지 않고 그대로 본회의장으로 입장했다.
본회의가 시작된 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했지만, 박병석 국회의장은 “국회법에 따라 지난 회기에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종결된 안건은 지체없이 표결돼야 한다”는 이유를 들며 형사소송법 표결을 먼저 진행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언제부터 국회법을 지켰나”, “의사진행발언을 하게 해달라”고 언성을 높였다. 박 의장이 뒤이어 민주당이 상정한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까지 표결을 진행하자 국민의힘은 항의하며 퇴장했다.
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중 두 번째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표결 절차에 들어선 가운데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가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2022.05.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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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들은 청와대로 이동해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문 대통령을 향해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권 원내대표는 “만약 문 대통령이 검수완박법을 왜 임기말에 통과시키려고 하는지 국민 앞에 소상히 밝히고 납득시키지 못한다면 대통령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고, 임기 말까지 구중궁궐에서 눈과 귀를 가린 채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국가수반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을 살려달라”고 외쳤다. 이준석 대표도 “문 대통령은 오늘 이 사태의 최소 공모자다. 합리적으로 의심하기에는 애초에 기획자일지도 모른다”며 “국민 여러분이 다가오는 선거에서 민의를 확고하게 드러내달라”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와 송 의원, 박형수 원내대변인이 건의문을 들고 문 대통령과 면담을 시도했지만 이철희 정무수석 등 주요 참모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권 원내대표는 “국민을 대표하는 야당 원내대표가 찾아갔는데 정무수석은 고사하고 비서관조차 나타나지 않았다는 건 문 대통령이 국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50분쯤 형사소송법 개정안 공포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이 자리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참석해 “검수완박법은 범죄피해자 방치법, 사회적 약자 절망법”이라며 “전국민이 대통령님의 결단을 주시하고 있다. 거부권 행사를 통해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소임을 다해달라”고 청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형동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과 문 대통령은 그간 국민이 독재에 맞서 피로써 이룩한 민주주의 원칙과 삼권분립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국무회의마저 친여 인사를 위한 방탄법 땡처리용 도구로 전락시켰다”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의 화려한 마무리는 역사에 기록돼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권한쟁의심판과 법안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의 결과를 기다리면서 여론전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송언석 의원은 통화에서 “법안이 공포됐으므로 일단 할 수 있는 건 헌재의 판단을 기다리는 것”이라며 “학계나 시민들의 반대운동과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들 사이에 반대여론이 높은 검수완박법 강행처리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엔 훈풍으로 작용할 것으로 국민의힘은 기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법안 거부권을 가지는 만큼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등으로 인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저지할 수 있다는 게 국민의힘의 판단이다. 다만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 제안했던 국민투표는 현실적으로 추진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형수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투표는 요건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놓고 찬반이 갈리고, 그러면 또 국론이 분열될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쉽게 추진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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