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재건' 발언, 文정부 대북정책 평가 놓고 공방 이어져
도덕성 의혹도 지속…"제 부덕의 소치, 송구스럽다"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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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문재인 정부 때 한미동맹이 무너졌나. 재건이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 문재인 정부 때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굳건했다. 재건이 아닌 계승해야 한다”(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미동맹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씀드리겠다”(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
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진행된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문재인정부 외교정책 평가를 둘러싸고 ‘신구 갈등’이 벌어졌다. 차기 정부 외교 비전으로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내세운 박 후보자의 발언은 그간 한반도 문제에 집중했던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한미동맹 재건 아닌 강화로 표현하겠다”
박 후보자는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에서 “외교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신정부 출범 후 개최되는 첫 한미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준비하고 한미동맹을 한 차원 높은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며 “한미가 공유하는 가치를 기반으로 한반도와 동북아는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적극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이를 위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참여와 쿼드와의 다양한 협력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바이오, 원자력, 사이버, 우주 등 뉴프로티어 분야에서의 한미간 경제안보·기술동맹도 추진하겠다는 의지다.
당장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박 후보자가 대선과정 등에서 ‘무너진 한미동맹 재건’을 공약처럼 강조한 것에 대해 여권의 반발이 거셌다. 문재인 정부가 마치 외교정책에서 한미동맹을 격하시킨 것처럼 비친다는 것이다.
김경협 민주당 의원은 박 후보자가 단장이었던 한미 정책협의 대표단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을 보지 못한 것을 꼬집으며 “이미 바이든 행정부가 작년에 최강의 한미동맹을 발표했는데 한미동맹을 복원하겠다고 하니 (미국 입장서) 얼마나 황당하냐. 이것이 외교참사”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데만 일변도로 집착하면 중국 등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거나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나친 ‘친미’ 정책이 저자세 외교, 굴욕 외교라는 비판도 나왔다.
결국 박 후보자는 잇따른 지적에 “한미동맹 강화라는 말을 쓰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다만 그는 “한미 관계를 다시 새롭게 활성화하고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재건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라며 “미국과 그동안 한미동맹의 틀을 만들어놨지만 제대로 가동이 안 된 부분은 정상화시켜서 가동시킬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는 그러면서 정상화해야 할 부분으로 한미연합훈련의 실제훈련, 사드 운용 정상화를 들었다.
사드 추가 배치에는 신중…전술핵에는 부정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공방이 이어졌다. 박 후보자는 한반도평화프로세스로 대표되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과정과 결과에 대해 “기본적으로 한반도상황이 악화했다는 점은 다들 인식하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상민 의원이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의 도발여건을 조성했다는 뜻이냐”고 묻자 “북한의 선의에 의존하는 대북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손석희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5년간 한반도평화가 유지됐다는 평가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북한의 말과 행동을 보면, 한반도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했기보다는 오히려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퇴행시킨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높아지는 대북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서는 “한미동맹을 통한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고 북한이 핵 보유를 통해서는 얻을 것 없다는 생각을 갖도록 대북제재 이행을 위한 국제협력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연이어 선제 핵 공격을 시사하는 것과 관련해, 한국도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지금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도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하는 게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사드 추가배치에 대한 질문에 박 후보자는 “신 정부에서 심도깊게 검토를 해서 어떤 결론을 낼지 깊은 논의를 해봐야 한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앞서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후보시절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드 추가 배치’를 쓰는 등,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미국으로부터 구매해 한국군이 직접 운용하도록 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박 후보자는 “중요한 건 안보로 인해서 경제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며 “우리 안보를 위해 가장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대한 결론을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배치된 사드 기지가 정상적으로 운용되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으로 보인다.
이에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문재인정권의 3불(不)정책에 대해 야당 의원일 때는 그토록 비판하더니, 갑자기 입장이 바뀌냐”고 거세게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박 후보자는 다음 달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초청을 받았다며, 현재 참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앤장 3년 6개월 재직하며 10억원 수령
장남이 해외 도박 사이트 운영사에 근무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제 부덕의 소치”라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아들이 근무하는 앤서스그룹(NSUS)은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업체가 아니며 앤서스그룹은 게임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하거나 관리하는 업체일 뿐이라는 기존 주장을 거둬들이지는 않았다.
박 후보자와 법무법인 김앤장과의 관계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박 후보자는 김앤장 사무소에서 2012년 5개월, 2013~2015년 36개월, 2016년 1개월 고문으로서 재직하며 3년 6개월 동안 총 9억 62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김앤장법률사무소 재직 당시 상세 업무 내역에 대해서는 “국제문제, 통상투자 환경 등에 대한 일반적인 조언과 자문이었다”라고 답했다.
박 후보자가 이사장으로 있던 시절 비영리재단 아시아미래연구원이 법인 전체 기부금의 절반 이상이 김앤장으로부터 들어왔다는 사실도 지적됐다.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후보자가 그만두고 나서는 법인 전체 기부금의 3분의 1을 차지하던 기부금이 뚝 끊긴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이날 오후 6시께 종료됐다. 다만 여당 의원 가운데는 박 후보자의 도덕성과 관련된 검증 문제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항의를 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다만 여야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을 맞아오는 외빈과 오는 21일 있을 한미정상회담을 맞아 외교수장에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데는 공감대를 이루는 만큼, 추가 질의를 거쳐 인사청문결과 보고서가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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