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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출범 1년 만에 역대급 실적, 속전 M&A…구본준 LX號의 '일등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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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 LX홀딩스 회장. 중앙포토



구본준(71) 회장이 이끄는 LX그룹이 다음 달 1일로 출범 1주년을 맞는다. LG그룹 5개 계열사를 이끌고 LX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뒤 최근엔 주요 계열사의 호실적,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소식으로 주목받는다.

30일 LX에 따르면 그룹의 주력인 LX인터내셔널은 올 1분기 매출 4조9181억원, 영업이익 2457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3.5%, 116.9% 늘었다.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LX세미콘도 깜짝 실적을 올렸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4.2%, 115.9% 증가했다.

한국유리공업 인수(3월 30일), 친환경 바이오매스 발전사업 진출(4월 19일), 매그나칩반도체 인수 검토(4월 26일) 등 신사업이나 M&A 관련 뉴스도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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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택시 소재 '포승 바이오매스 발전소' 전경. LX인터내셔널은 지난 19일 이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는포승그린파워의 지분 63.3%를 95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사진 LX인터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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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공격적인 행보 뒤엔 구본준 회장의 ‘일등 리더십’이 있다는 평이다. LX 관계자는 “구 회장은 승부사다. ‘1등 합시다’라고 말하면서 회의를 시작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나온 구 회장은 숫자에도 밝다. LX 임직원들이 구 회장에게 보고할 때 수치 통계를 잘못 들고 가면 불호령이 떨어진다고 한다.

구 회장은 과거 LG에 있을 때도 이른바 ‘독한 경영’으로 유명했다. LG전자 대표 시절 임직원들에게 “독한 조직문화를 기업 DNA로 삼겠다” “독한 실행으로 승자가 되자” “싸움닭 같은 투지로 임하자”라며 고강도 혁신을 강조했다.

구 회장의 이 같은 리더십은 현재 LX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평이다. 최근 LX인터내셔널에서 출장 보고서가 대폭 단순화됐는데, 과거 구 회장이 LG에 있을 때 모든 보고서 분량을 A4 용지 5매 이내로 제한했던 일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었다. 불필요하게 힘만 빼는 보고서 작성 문화를 없애자는 취지다.

LX의 독립 행보는 앞으로 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LX는 지난해 12월 LG와 지분 정리를 마무리한 데 이어, 조만간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 분리도 신청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과제도 적지 않다. 분할 당시 비해 주가는 지지부진하고, LG그룹과 거래 비중은 여전히 높다. 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과감한 M&A가 계속될 거란 전망이 유력하다.

특히 LX인터내셔널이 사업 다각화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생분해성 플라스틱(PBAT) 합작 생산 법인과 올 2월 부산 친환경 물류센터 개발 및 운영 사업에 투자했다. 2차전지 핵심 소재 니켈 자산 확보와 친환경 원료 분야 진입, 그린사업 본격화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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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X인터내셔널의 자회사인 LX판토스의 부산신항물류센터 전경. [사진 LX판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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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구 회장의 반도체 산업에 대한 남다른 애정 때문에 향후 그룹의 성장축으로 LX세미콘에도 주목한다. 구 회장은 1990년대 LG반도체 대표를 지냈는데,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빅딜로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에 반도체를 넘길 때 아쉬움을 많이 토로했다고 한다.

구 회장은 지난해 LG의 유일한 반도체 계열사인 LX세미콘을 가지고 나왔다. LX홀딩스를 제외한 그룹 계열사 중 LX세미콘에만 유일하게 임원(미등기)으로 이름을 올렸고, 집무실을 광화문 본사 외 LX세미콘 양재캠퍼스에도 뒀다. LX 관계자는 “구 회장은 매주 2~3회는 LX세미콘 사옥으로 출근한다”고 말했다.

LX는 지난달 정기주주총회에서 신사업으로 금융업을 추가했다. 재계에선 LX가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 설립에 나설 것으로 본다. CVC는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전략적 혹은 재무적 투자를 하는 벤처캐피털을 말한다.

승계 작업에도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LX는 구 회장의 장남 구형모(35) 상무를 경영기획부문 전무로 승진 발령했다. 재계에선 구 전무가 신사업 발굴에 참여하며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정당성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본다.

재계 관계자는 “LX는 총자산 규모 10조원대, 재계 순위로 따지면 40위권 정도지만 구 회장의 승부사적 기질 때문에 관심 갖는 이들이 많다”며 “향후 행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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